큰손들은 지금… "안전제일! "

지난달 현대증권이 선보인 VIP용 자산관리 서비스는 열흘 만에 무려 3000억원 이상 상담 문의가 쏟아졌다. 이 서비스는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자산가들에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찾아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자산가들의 고민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연간 무역흑자는 사상 최고치인 40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경기회복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주가는 박스권 장세를 계속하고 있는 데다 환율이나 금리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오 센터장은 "주식 등 자산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에 적기"라며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포트폴리오를 리모델링 하는 큰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큰손들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안전자산에 돈 묻고 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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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황 따라 돈 굴린다… 고수들의 '3차원 재테크'

전문가들은 큰손 고객들이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옮겨 놓고 내년을 모색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큰손 고객들은 증시 조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내년 실물경기 예측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묻는다"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예단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론 내년 전망을 그리 밝게 보진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환율과 유가, 금리 움직임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유가가 100달러를 뚫고 치솟게 된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로 개인들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강 센터장은 "주식시장이 1600을 전후로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큰손들 사이에 고금리 정기예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들의 선호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낌새를 눈치 챈 금융회사들은 고금리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정기예금(신규 포함) 가운데 연 4% 이상 이자를 주는 예금은 전체의 23.9%로 집계됐다. 전 달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달 들어 외환·기업 등 일부 은행과 우체국에서 1년 만기에 최대 연 5%대까지 주는 정기예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시장 움직임을 당분간 지켜보고 싶다면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넣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큰손들은 연 2%대에 머물고 있는 CMA 금리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서 3~6개월 돈을 맡길 요량이라면 CMA보다는 정기예금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도 투자 밑그림은 보수적으로

자산가들은 주식형 펀드나 주식 등 위험자산을 신규로 매수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올해 장이 꽤 많이 상승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내고 있진 않다고 한다. 시장에 꾸준히 발을 담그고 있어야 상승 수혜를 볼 수 있어서다. 때문에 원금보장형 파생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이 그것이다. 이들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의 등락에 따라 나중에 수익이 달라진다. 기대수익은 원금을 보장해 주지 않는 상품보다 낮은 연 10% 안팎이지만,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없기 때문에 큰손들의 주목 대상으로 꼽힌다.

현주미 신한금융투자 강남PB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한창 상승세일 때에 비해 상승 동력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면서 "실적이나 성장률 등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되었다는 심리가 팽배한 탓에 주식이나 펀드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매수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펀드는 중국·브라질 등 핵심 지역을 빼고는 차분히 정리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현 센터장은 "해외펀드를 환매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데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