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삭막한 공간이 예술시설로 탈바꿈

대전시 서구 용문동 한마음아파트에 최근 대전지역 최대 규모의 사설 갤러리가 들어섰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갤러리가 들어선 곳이 쓸모 없이 방치됐던 아파트 1층 공용공간이라는 점이다. 아파트와 갤러리가 결합된 사례는 충청권은 물론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다.

유등천변에 9년 전 들어선 이 아파트는 454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나 1층은 상가 몇 개를 제외하곤 어둡고 음침한 빈 공간으로 방치돼왔다. 담배꽁초 등이 널려 있어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 공간은 주민들이 뜻을 모으고 아파트 시공업체가 적극 지원한 덕분에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삭막했던 아파트촌이 활기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2006년 이곳에 이사와 입주자대표를 맡고 있는 행위예술가 류환(48)씨가 갤러리로 꾸며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에 반대하는 일부 세입자들을 1년 넘게 설득했다. 아파트 시공회사도 3억원에 이르는 새단장 비용을 선뜻 내놓았다. 주민들은 벽면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미색타일을 설치하는 등 내부 시설을 고급스럽게 꾸몄다.

'한마음 아트존 갤러리'로 명명된 갤러리는 2개 전시공간으로 나뉜다. 대형 전시공간은 100호 작품 50여개를 걸 수 있어 그룹전이나 회원전이 가능하고, 소형 전시공간은 개인전을 열기에 제격이다. 작가들이 공동작업할 수 있는 아트워크숍과 물품보관실, 세미나실을 갖췄고 관람객 휴식공간도 들어섰다. 잔잔한 클래식을 들으며 작품을 즐기고 시낭송회를 할 수 있는 작은 무대도 생겼다.

안락한 갤러리가 들어서자 입주민들이 가장 즐거워하고 있다. 주민 이기복(73)씨는 "예전엔 자녀들을 집에 부르기도 망설여졌는데 이젠 당당히 손님을 초대하고 싶을 정도로 아파트 분위기가 밝게 변했다"고 말했다. 최연호(49) 아파트관리소장은 "삭막한 아파트에 품격 있는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주변도 깨끗해졌고 주민들의 반응도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갤러리는 개관을 기념해 4일부터 12월 4일까지 대전미술협회 회원 70여명이 참여하는 '대전미술의 신명' 전시회를 연다. 주민들은 갤러리를 지역작가 등에 무료로 개방해 부담없이 전시회를 열도록 할 계획이다. 갤러리 대표를 맡은 류환씨는 "갤러리 주인은 아파트 전 주민"이라며 "생활 속에 깃든 예술을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