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썰물'… 해외펀드, 돈 뺄까 말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해외주식형펀드에서 179억원이 빠져나가 9월10일 이후 34일째 사상 최장기 순유출(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것) 기록을 이어갔다. 이 기간 순유출 규모는 8309억원에 달했다. 해외펀드 내 주식매매 차익에 대한 15.4% 이자소득세 면제혜택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부터 부활하면서 세금을 피하기 위한 환매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자 기존 해외펀드 투자자들까지도 불안해지고 있다.

①해외펀드 요즘 왜 이렇게 환매가 많나?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주요 국가들의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금을 회복했거나 거의 회복 근처에 간 해외펀드가 많아져 환매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거액 투자자들의 환매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펀드 수익이 내년부터 과세대상에 포함되면 연 4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이 발생해 최고 38.5%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자산 컨설팅 담당자들은 속속 해외펀드를 추천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WM컨설팅센터장은 "자산관리 관심사의 1순위가 세금인 큰손들에게 내년부터 국내펀드와 달리 주식매매 차익에 과세가 되는 해외펀드를 추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②환매 쇄도에 내 해외펀드도 환매해야 하나?

원금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자금이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굳이 분위기에 휩쓸려 환매행렬에 동참할 필요가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특히 경기가 되살아나고 이머징시장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괜히 환매했다가 좋은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펀드의 연 수익률이 15%쯤 난다면 세금으로 수익률이 2%포인트 정도 깎이는 정도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말까지 원금손실을 본 투자자는 내년 중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는 비과세 혜택이 계속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는 게 낫다. 권정현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투자처가 겹치는 해외펀드에 대해서만 환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매를 하는 경우, 올해 원금 손해를 보고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내년 상황을 지켜보다가 원금이 회복되는 시점 직전에 환매해야 세금을 물지 않는다. 계속 투자를 해 세금을 넘어서는 수익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환매를 하지 않는 게 더 유리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펀드 환매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③국내펀드로 갈아타는 게 마냥 좋을까?

국내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매매해 얻은 차익이 과세 대상(과표)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펀드는 내년부터 펀드 내 주식매매 차익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 모두 세전으로 같은 10%의 수익률을 기록한다 하더라도 국내주식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고, 해외주식 매매차익에는 15.4%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8.46%가 된다는 말이다. 세후 수익률을 감안한다면 해외펀드는 국내펀드보다 15%가량의 수익을 더 올려야 투자가치가 있는 셈이다.

국내펀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국내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쪽은 해외보다 사정이 밝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살아남은 국내기업들의 투자가치가 크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한국도 이머징시장에 비해선 성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비중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정두 한국투신운용글로벌운용본부장은 "한국시장도 성장성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고성장하는 대형 이머징시장이 더 낫다"고 말했다.

④내년 해외펀드 전망은 어떨까?

중국·인도 등 큰 내수시장과 수출경쟁력을 갖춘 이머징시장에 대한 추천이 많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부사장은 "지난 3분기 전년보다 8.9% 성장하는 등 성장 잠재력과 내수기반을 갖춘 중국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남미·동유럽도 투자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NH-CA증권은 남미가 달러 약세와 유동성(자금) 회복의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국내주식보다 기대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투자비중을 줄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본도 엔화 강세로 수출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선진국에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광택 KB자산운용해외운용부이사는 "선진국의 회복이 이머징시장보다 한발 늦고 올해 주가상승률도 높지 않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⑤해외펀드 과세는 과연 피할 수 없는가?

자산운용사들은 내년에도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의 해외펀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3년 이상 국내 주식에 60% 이상 적립식 투자하는 장기적립식주식형펀드의 경우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는 법을 활용해, 자금의 나머지 40% 이하만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을 고안한 것이다. 한국과 홍콩H주에 7대3으로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KB한중황금분할펀드'와, 동양투신운용의 '동양듀얼인덱스주식펀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올해 안에 가입해야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국내와 해외에 동시에 투자하는 장기적립식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가 3년이 되기 전에 해약하게 되면 해외투자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또 분기당 30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에 그 이상 불입한 금액에 대해서도 해외투자분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특정 국가에 모두 정통한 펀드매니저가 많지 않고 설사 매니저들이 협력한다 해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