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굿모닝 프레지던트'

대통령 소재 오락영화의 헛헛한 웃음

'굿모닝 프레지던트'(감독 장 진)는 제목이 내용을 암시한다. 굿모닝이라는 단어가 상징적이다. 우리 정서상 대통령에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그래서 '굿모닝...'이라는 제목은, 영화의 메시지와 분위기를 미리 알려준다.

영화 전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최고 권력자로서의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는다. 소시민과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사생활, 비밀스러운 연애 감정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물론 정치, 외교 문제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건 보조장치에 불과하다. 영화는 초반부터 '대통령도 평범한 사람이다'는 메시지를 되풀이해 강조한다. 청와대 주방장의 클로징 멘트로 못을 박는다.

'굿모닝...'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다. 역시 대통령 캐릭터에 시선이 쏠린다. 로또에 당첨된 대통령(이순재),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고 첫사랑 연인 앞에선 수줍어하는 대통령(장동건), 외조에 지친 남편의 이혼 요구를 받는 여성 대통령(고두심)이다. 근엄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굿모닝...'은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오락영화로 다가온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대통령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도 현직 대통령은 딸의 학교 숙제를 해주고, 담임 선생님과의 로맨스도 펼친다. '굿모닝...'은 거기서 한 발 더 내딛는다.

영화는 웃음으로 넘쳐난다. 마치 3부작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대통령은 로또 당첨 생방송을 보고 심장마비에 걸려 입원하고, 국무회의에서는 그 돈을 어떻게 사적으로 쓸지만 고민한다. 이런 가벼운 에피소드들이 영화 전편에 걸쳐 이어진다. 동어반복에 가까울 만큼 잦다.

장 진 감독은 "대통령이 등장한다고 해서 정치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당연히 그렇다. 실제로 '굿모닝...'은 오락영화답게 가볍고 유쾌하다. 가벼운 웃음이 수시로, 풍선처럼 터진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의 모습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세 명의 대통령이 주방에 들러 소주를 마시고, 라면을 먹고, 주방장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친근하고 서민적인 캐릭터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영화에는, 홍보 문구와는 달리, 정치적 요소가 꽤 내포돼 있다. 현실 정치를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비판하고, 풍자한다. 세 명의 대통령 캐릭터에는 전, 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분산 투영돼 있다. 민주화운동, 촛불시위, 친서민 행보와 지지율 상승 같은 현실 정치상황도 등장한다. 대통령 취임 전 혹은 퇴임 후 단란하게 사는 모습은 어쩔 수 없이 현실 속의 대통령들과 대비된다.

여기서 감독은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다. 일대일로 대응시키지 않고, 이미지들을 고루 섞어놓는다. 야당 당수 출신 30대 대통령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어떤 이미지를 심어놓고, 첫 여성 대통령에게 남편과 자식이 있다고 설정하는 식이다. TV의 시사프로 '120분 토론'에서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험악한 토론도 재현한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에피소드(경호실장, 주한 일본대사)가 정치 희화화로 확장되는 사례도 자주 발견된다. 감독은 여러 현실정치 요소를 소재로만 사용한다. 직접적인 비판이나 풍자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정치적 요소를 애써 무시하고, 웃음으로 포장한다.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거나, 의도적인 딴청이다. 이런 모순 때문에 영화는 흡인력을 잃고 덜컹거린다.

각 대통령간의 연결고리는 느슨하다. 옴니버스 형식이다. 영화는 1, 2, 3장으로 나눠 소제목을 달아도 무방하다. 에피소드들도 뚜렷한 인과관계를 갖지 않는다. 삽화 나열식이어서 부담이 없지만, 대신 웃음은 입끝에서만 맴돌다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이는 마디가 툭툭 끊어지는, 그래서 호흡이 고르지 못한 편집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장 진 감독의 특기는 웃음이다. 허를 찌르는, 그러면서도 매콤한 여운을 남기는 웃음이다. '굿모닝...'에는 아쉽게도 전작과 같은 웃음의 두께가 없다. 연기파 배우인 이순재, 고두심, 장동건 등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됐는가도 의문이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