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탈환하라"… 한국 전사 3명에 특명

"빼앗긴 LG성(城)을 탈환하라." 최근 국제무대서 고전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바둑계가 이창호 박영훈 최철한의 '3인 결사대'에 내린 특명이다. 내주 초 제주도 성산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벌어질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이 이번 무대. 9일 8강전과 11일 준결승 단판 승부를 연속으로 소화, 내년 초 열릴 최종 결승전 진출자를 가려낼 예정이다. 8강 대진을 중심으로 이번 대회를 전망해 본다.

◇이창호 대 추쥔(邱峻)

이창호(34)는 공식 세계 타이틀 최다 우승기록(21회) 보유자임에도 2006년 이후 만 4년 동안 딱 한 개, 군소기전인 중환배서만 우승했다. 이 기간 동안 9번 결승에 올라 8번을 준우승에 머문 '이상 기류'에서 벗어날 찬스다. LG배 최다 우승자(4회)이기도 한 그로선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물러설 땅이 없는 셈.

상대인 추쥔(27) 八단은 최근 발표된 새 중국 랭킹에서 7위까지 쳐올라오는 등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둘은 제14회 삼성화재배서도 만나 현재 상하이에서 대결 중이다. 상대 전적에선 이창호가 2승무패로 우세. 하지만 95년(7회 동양증권배) 및 2002년(7회 삼성화재배)에 작성된 것이어서 낙관은 금물이다.

◇박영훈 대 후야오위(胡耀宇)

박영훈은 작년 LG배 때 준결승서 이세돌에 져 탈락했고, 그 이세돌은 결승서 구리(古力)에게 패한 뒤 칩거에 들어가버렸다. 절치부심하던 박영훈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를 다시 잡은 셈. 2007년 후지쓰배 제패 이후 2년 반만의 세계 정복을 위해선 눈앞의 적부터 제쳐야 한다. 중국 랭킹 5위의 후야오위다.

박영훈(24) 九단과 후야오위(27) 八단은 2005년까지 세 번 맞붙어 박영훈이 선제 1승, 후야오위가 추격의 2승을 각각 따냈다. 박영훈은 천야오예(陳耀燁) 왕하오양(王昊洋) 등 중국 기사들을, 후야오위는 김승재 원성진 등 한국선수들을 제물 삼아 여기까지 왔다.

◇최철한 대 쿵제(孔杰)

11월 랭킹에서 한국 1위 등극이 유력한 최철한(24)은 중국 2인자 쿵제(27) 九단과 4강을 다툴 예정. 지난봄 대망의 잉씨배 제패 후 '신분 상승'을 이룬 김에 또 한 번 영토를 넓힐 호기다. 하지만 쿵제 역시 올해 TV아시아선수권을 접수하는 등 기세가 만만치 않다.

2004년 두 차례 패했던 최철한이 2007년 제20회 후지쓰배 때 설욕, 통산 1승2패로 추격 중이다. 최철한은 딩웨이(丁偉)와 스위에(時越), 쿵제는 우승 후보 이세돌과 강유택을 딛고 올라왔다.

◇구리(古力) 대 퍄오원야오(朴文堯)

구리(26)는 LG배 디펜딩 챔피언이자 도요타덴소배 및 비씨카드배 포함 세계 타이틀 현역 3관왕이다. 통산 세계 우승 6회에 이르고 국내에선 몇년째 부동의 톱 랭커로 군림 중이다. 추첨으로 뽑은 8강전 상대 퍄오원야오(21) 五단은 중국 6위에 올라 있는 조선족 기사. 국제기전에선 구리가 3연승 중이지만, 국내에서 마주쳤을 땐 퍄오도 만만치 않은 저항을 보여왔다.

LG배는 작년까지 13년의 연륜을 쌓는 동안 우리 기사가 7회를 우승할 만큼 '친한적' 기전이었다. '3인 결사대'가 이 전통을 살려 한국이 다시 세계 바둑계 전면에 나설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억5000만원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고 케이블 바둑TV와 인터넷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 LG 홈페이지(www.baduk.lg.co.kr) 등에서 실황 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