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때와 달리 영화는 내 것 같아"

배우 윤계상(31)은 영화 '집행자'(5일 개봉)에서 신참 교도관 역할을 맡았다. 2004년 변영주 감독 영화 '발레교습소'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6년째 연애중'과 '비스티보이즈'를 거쳐 이번이 네 번째 작품이다. 보컬그룹 god 출신의 스타에서 배우로 길을 바꾼 그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형제도를 다룬 영화라기보다 교도관 이야기여서 출연하게 됐어요. 시나리오가 담백하고 깔끔했고요. 난해한 부분도 없고 감정선도 확실했죠. 어떤 직업에 잘 맞지 않다가 점점 흡수가 되는 영화 속 캐릭터와 윤계상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았어요. 저도 배우라는 직업에 흡수되고 있으니까요."

영화는 대부분 경기 화성시에 있는 실제 교도소에서 찍었다. 윤계상은 "처음 교도소에 가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모두 온돌방이고 방마다 벽걸이 TV가 있었어요. 재소자용 매점도 있어서 생각과는 무척 달랐죠." 영화에서 벽걸이 TV는 '열악하게 보이려고' 떼어냈다고 했다.

그는 배우로 데뷔할 때 연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대신 "감독을 이기고 싶어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변영주 감독님을 처음 만났는데 '시나리오 읽어봤느냐'고 묻기에 '안 읽어봤다'고 하니까 굉장히 화를 내시더라고요. '도대체 영화를 뭘로 생각하느냐', '여기 놀러 왔느냐' 하면서 야단을 쳐요. 그래서 속으로 '이 사람이 나를 뭘로 생각하나' 하고 화가 나더라고요." 윤계상은 "그때 변 감독을 알고 있었느냐"는 물음에 "몰랐다. 나보다 키도 커서 여자감독인 것도 헤어지고 난 뒤에야 알았다"고 했다.

'발레교습소'는 그러나 윤계상을 연기로 이끈 작품이 됐다. "연기를 하면서 계속 감독과 묻고 답하게 되니까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거죠. 누가 어떤 장면을 가리켜 왜 그렇게 연기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대답할 자신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영화는 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면이 god 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는 스스로 "나에 대한 연기력 논란은 없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연기가 나오지 않아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제 연기에 강약이 있구나 하는 걸 알고 여유가 좀 생겼어요.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팬을 위한 한 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말했다. "연기자 윤계상은 절대 포기 안 할 거고요. 계속 나갈 겁니다. 평생.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일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윤계상이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이어서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한국영화계의 본바탕이 좌파다. 굉장히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말을 한 사실이 이날 알려졌다. 그는 2일 새벽 팬카페에 "좌파란 단어의 큰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완벽한 저의 실수"이고 "그 단어가 정치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것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2일 그의 매니저에게 전화연결을 부탁했으나 한참 뒤 매니저는 "연락이 잘 안 된다"고 전해왔다.

윤계상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god 시절은 뭐든지 여럿이 함께했지만 늘 베일에 싸여 있고 자유롭지 못해 여유가 없었다"며 "이제는 작품도 혼자 해야 하고 어려움도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어디선가 '혼자'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겪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