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잊을거야, 북아현동… 추계예대 '골목에서 주름 잡기' 프로젝트

서울 추계예술대는 뉴타운으로 개발되는 북아현동에 자리 잡고 있다. 내년 철거가 본격화되면 학교를 빼고 주변 동네 대부분이 사라질 운명이다. 추계예술대 미술학부의 《골목에서 '주름' 잡기》는 북아현동 골목 곳곳에 묻혀 있는 일상의 에너지와 가치를 캐내고 이를 다시 밝혀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작년 이 대학 판화과 학생들의 제안서가 서울시 도시갤러리추진단에서 주최한 '대학 및 지역사회 공동체 미술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교육적 의미와 성과를 평가받아 올해 추계예술대 개교 3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골목에서 '주름' 잡기》에서 '주름'은 '집주름'이란 말에서 나온 것으로, 한동네에 살면서 집집의 속사정까지 꿰뚫는 사람을 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북아현동 주민에 대해 취재한 뒤 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의 결과물들은 사진과 영상·설치·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됐다.

학생들은 북아현동 골목길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 미니어처로 만들었고, 동문 작가는 동네의 추억을 담은 쪽지를 골목 구석구석에 끼워 넣었다. 영상작품인 〈계란 한 판에 360원〉은 개발을 앞두고 설 자리 없이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상황을 보호판 없이 굴러다니는 달걀에 표현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판화과 정원철 교수는 "학생들이 작업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현장으로 나와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했다"면서 "주민들과 우호적으로 작업을 마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골목에서 '주름' 잡기》 전시는 추계예술대 구내와 주변 골목들에서 6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다. (02)393-26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