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박물관이 살아남는다"

"21세기 박물관은 대중을 생각해야 합니다. 다양한 오락거리를 제공해 대중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박물관 운영도 하나의 '비즈니스'입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3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 모인 해외 유수의 박물관장들은 "박물관이 엄숙하게 학문적·예술적 가치에만 몰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과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개최한 국제포럼에서다. 《21세기 박물관의 발전 전략과 미래》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알리산드라 커민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회장과 미하일 보리소비치 피오트롭스키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장, 제니야 마사미 일본 도쿄(東京)국립박물관장 등이 발표자로 나서 달라진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했다.

다니엘 벤나탄 세계박물관회연맹(WFFM) 회장은 "박물관에 대한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박물관이 살아남고 발전하려면 자원봉사자와 후원회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박물관은 박물관 운영 예산에서 후원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며 "후원회나 자원봉사 조직이 커질수록 기업들도 박물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제니야 마사미(錢谷眞美)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장은 일본의 국립박물관들이 2001년 독립행정법인으로 재출발한 이후의 경영 현안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의 국립박물관은 정부가 지원하는 운영비 교부금을 받지만 나머지 예산은 자기 수입으로 충당한다. 제니야 관장은 "도쿄·교토·나라의 3개 박물관 관람객 숫자가 2001년에는 165만명이었지만 독립행정법인 전환 이후인 지난해 324만명으로 2배 가량 늘어났다"며 "초·중·고등학생 무료입장 및 야간개장 실시, 콘서트 등 각종 행사 개최, 뮤지엄 숍과 레스토랑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예상액을 초과하는 수입 실적을 거두었다"고 했다.

황전춘(黃振春) 중국국가박물관 부관장은 소속 박물관의 증축 현황을 발표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 동쪽에 있는 중국국가박물관은 2007년 3월 25억위안을 투입하는 증축 공사에 착공했다. 내년 5월 공사가 끝나면 1000㎡에 이르는 전시실만 45개를 갖추게 되며, 총전시면적은 약 6만5000㎡에 달하게 된다. 중국의 부상에 걸맞은 위상을 국가박물관에서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14년까지 미군기지 이전이 예정돼 있는 서울 용산 지역 일대에 '용산 뮤지엄 콤플렉스'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최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주변에 민속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어린이과학관, 한글문화관을 배치해 '뮤지엄 콤플렉스'를 조성하는 것이 용산 공원이 지향하는 미래지향적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도 부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