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한국 식구(食口)'

〈총보〉(1~218)=20대 청년들답게 박력 넘친 한 판이었지만 내용적으론 백의 완승이었다. 초반 상대가 들고나온 신수에 잘 대응하던 흑에게 37, 39 등의 의문수가 터지면서 바둑은 때 이르게 기울기 시작했다. 추쥔은 64 이하 78까지의 적시에 노림수를 발동, 좌우를 가르며 우세를 확립했다. 109가 손 따라 둔 패착. 좌상 대마가 정처 없이 떠돌게 돼선 흑은 이길 기회가 없었다.

흑은 4귀를 모두 차지하고 중앙까지 진출했건만 바둑은 패했다. '4귀생 통어복이면 필승'이라던 옛 속설이 무색한 결말이다. 모처럼의 양안(兩岸)대결로 주목됐던 판에서 '본토(本土)' 기사에게 패한 천스위안의 아픔은 특히 컸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판만 놓고 보면 힘에선 추쥔이 한 수 위였다. 최근 각종 국제무대서 펄펄 나는 그의 돌풍이 어디까지 계속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을 바둑 '원적(原籍)'으로 가진 천스위안은 이제 활동지에 관계없이 한국의 '바둑식구'다. 언젠가 LG배에서 저우쥔쉰(周俊勳) 못지않은 성적을 올릴 것을 기원한다. 끝으로 참고도는 흑이 101을 생략할 경우 우하 흑진이 볼품없이 찌그러짐을 보여주는 그림. (140…137,194200…166,197…165,218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