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개월 맞은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조희문(52)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이 6일로 취임 2개월을 맞는다. 조 위원장은 지난 6월 정부기관 경영 평가에서 영진위가 '꼴찌'를 기록한 것에 책임을 지고 강한섭 전임 위원장이 퇴진한 이후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후 영진위는 2012년까지 직원 10%를 감축키로 했으며, 대부제(大部制)를 도입해 4국15팀이었던 직제를 대폭 개편했다. 그간 줄곧 인터뷰를 사양해온 조 위원장이 3일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 영화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취임 2개월 소감을 말한다면.

"이상하게 들리지만 '영화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간 영화계가 정치와 연결되면서 이상한 분위기가 많았다. 영화계를 정치적으로만 보려는 시선을 영화 자체로 돌려놓는 것이 내 할 일인 것 같다."

―영진위는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른가.

"문화적 영역부터 투자 펀드까지 영진위의 사업 영역이 매우 넓다. 사업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진위 사업이 주로 영화계 지원인데, 이것이 여전히 유효한지 고민해야 한다. 영진위는 시장이 자율성을 갖고 저절로 굴러가도록 돕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영진위의 할 일이 별로 없었으면 좋을 것 같다."

―전임 위원장이 중도 퇴진해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전임 위원장 취임 당시는 정치적 전환기였다. 영진위 노사가 서로 유연하지 못했고 양보할 수 없는 명분이 각각 있었던 것 같다.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났지만 결과적으로 영진위에 기여한 바 크다. 노사가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영진위원장을 둘러싸고 늘 '정치색' 논란이 있었는데.

"이념론이나 색깔론은 원칙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것이다. 나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돌쇠', '고집불통'이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대화를 해보면 나의 이념적 기반을 바꾸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팩트(fact)로 얘기할 때는 별 문제가 없는 상대라는 반응이었다.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일방적, 편파적 정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취임 두 달이면 나에 대한 호오(好惡) 판단은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지금까지 아무런 논란이나 소란이 없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원정책이 정권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에 '불법 시위 가담 단체 지원 불가'라는 조항이 있다. 그런 지침이 심사에서 몇몇 단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지적받은 심사는 1심 결과가 2심에서 달라진 것이지 의도적 차별이 아니다."

―영화계의 대기업 독식구조가 강화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영화계를 각각 다른 스펙트럼으로 대응할 것이다. 규모와 성격이 다른 대상을 등가(等價)의 시선으로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영진위는 영화계 각 층위가 서로 충돌하지 않게 하는 조력자가 될 것이다."

―위원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입장과 시각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한쪽에서는 1000만 영화가 나오고 다른쪽에서는 임금이 체불된다. 어차피 하나로 합쳐질 수 없는 곳이 영화계다. 영화계 어른들부터 좌파 성향 영화인들까지 나를 극단적으로 거부하지는 않는다. 영진위가 자꾸 모임을 만들어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