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조선(朝鮮)족

〈제1보〉(1~17)=국내 바둑팬들 열이면 아홉은 朴文堯를 박문요라고 부른다. 중국인인 그를 '퍄오원야오'라고 읽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한국인 피가 흐르는 조선족이기 때문이다. 우리 말 한마디 못해도 그는 한국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 기사와의 대결 때만 아니면 그는 거의 '한국 선수' 수준의 성원을 받는다. 그렇다고 엄연한 중국인을 공식 지면에 한국 발음으로 기재할 수는 없는 일. 고심 끝에 발음조차 까다로운 '퍄오원야오'로 표기하기로 했다.

돌 몇 점 놓이다 보니 또다시 7까지 '미니 중국식'이다. 9의 두 칸 높은 협공도 이 배석(配石)에서 자주 등장하는 변화. 10의 바깥쪽 붙임에서 허영호의 의욕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동안 가장 자주 등장했던 진행은 참고1도. 25 다음 실전보 '가'의 곳에 붙여 축머리로 이용하는 변화다. 정석 하나로 판의 골격이 거의 결정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15도 최신판이다. 종전엔 참고2도 1로 이어 4까지가 상식이었지만 어느새 백이 좋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제는 17 다음 백의 응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 '나', 흑 '다'가 정석이었으나 요즘엔 백이 '다'를 선점하는 바둑이 많아졌다. 허영호의 선택은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