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최신(最新) 패션

〈제2보〉(18~33)=허영호(23)에게 올 한 해는 초여름 담쟁이넝쿨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1년이었다. 이번 LG배 1회전에선 강호 창하오(常昊)를 눕혔고, 삼성화재배서도 중국 강호들의 숲을 연거푸 제치고 당당 8강까지 진입했다. 七단으로 승단도 했다. 11월 국내 랭킹은 10위. '살인 미소'란 별명이 붙을 만큼 선하고 잘생긴 얼굴에 성격도 싹싹해 동료들로부터 '인기 짱'이다.

백은 역시 '가' 대신 18의 곳을 차지했다. 일단 근거를 마련하고 집을 챙겨야 한다는 실속주의가 현대 바둑의 대세다. 20 또한 근거 마련의 필수점으로, 24까지 '최신 패션'이 반상(盤上)을 장식했다. 25와 26은 이른바 맞보기에 해당하는 큰 자리들. 27은 퍄오원야오가 견실한 기풍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견실하다는 말은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27로는 참고도 1도 탐나는 곳이다. 백은 2의 급소를 차지해 흑의 형태를 무너뜨리겠지만 3에 붙이는 맥점으로 7까지 타개할 수 있다. 28로 헤딩, 32까지 처리한 수법이 그럴듯했다. 우하 쪽 백이 살아 있어 흑을 두텁게 해줘도 좋다는 뜻. 하지만 33의 명당자리에 손이 돌아가선 흑에게 여전히 '선착(先着)의 효(效)'가 살아 있다. 백의 다음 한 수가 주목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