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완착(緩着) 교환

 

 

〈제3보〉(34~51)=퍄오원야오(朴文堯·21)는 한국인 할아버지가 20세기 초 하얼빈으로 이주, 정착하면서 중국인이 됐다. 할아버지의 나라가 올림픽을 치르던 88년 태어났다. 퍄오의 첫 바둑 스승이기도 했던 아버지는 아들의 바둑수업에 유리한 베이징으로 이사한다는 일념 속에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꿈을 이룬 며칠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노상강도를 만나 피살된 것. 2000년의 일이었다.

흑이 막 차지한 △ 한 점이 빛난다. 좌측 백세를 견제하고 오른쪽 흑의 세력을 입체화하는 대세점. 이 중요한 고비에서 놓인 34가 정답을 비껴갔다. '가', '나'를 선수 교환 후 '다'로 좌변을 키워가야 했던 것. 흑도 여기서 덩달아 35라는 완착으로 장단을 맞춘다. 35는 쌍방 근거의 요소이고 집으로도 10집에 가깝지만, 역시 흑 '라', 백 '마', 흑 '바'가 옳았다. 일관된 주제는 상중앙 흑세의 확장과 그것에 대한 견제다.

38까지 되고 보니 좌하 일대 백진이 부풀어 간다. 35로 인해 미생(未生)이 된 우하 쪽 백말도 여차하면 연결해갈 자세. 문제는 39의 응수 타진 때 둔 40이었다. 참고도 1로 늘었으면 흑에게 신통한 후속수단이 없었는데(3으론 A도 가능), 51까지 쉽게 사는 모습을 갖춰버렸다. 백이 너무 헤펐다는 중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