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인다는 것. 절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 아니 결코 경험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킬러가 아닌 다음에야 그게 직업인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싶지만, 실은 합법적인 살인을 해야 하는 직업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 '집행자'는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하는 교도관들의 삶과 그들이 만나는 사형수, 그리고 사형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카메라는 우선 세 명의 인물을 비춘다. 오늘이 근무 첫날인 신참 교도관 재경(윤계상), 교도소의 법칙에 통달한 10년차 교사 종호(조재현), 20년 장기복역 사형수와 정답게 장기를 두는 최고참 교도관 김교위(박인환).
첫날부터 재소자들에게 얕보인 재경은 선배 종호에게 재소자 다루는 법을 배워간다. 원하진 않았지만 때리는 법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연쇄살인마 장영두가 호송돼 오고, 법무부 장관은 12년간 없었던 사형집행을 명령한다. 사형은 법의 집행일뿐이라 주장하는 종호와 뭘 모르는 신참 재경을 제외하곤 교도관들은 모두 당황한다. 특히 괴로워하는 건 교도관 중 유일하게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김교위다.
'집행자'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다. 첫째, 사형제도 존폐 여부에 관한 논란을 몸 안에 품고 있다. 절대 비켜갈 수 없는 이슈인 건 당연하다. 살인자의 생명조차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결코 용서할 수 없을까. 질문은 던져진다. 둘째, 교도관이라는 낯선 직업인들의 세계를 비춘다. 그들이 난생 처음 사형 집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옥 같은 심정으로 사형집행을 하고 난 후 교도관 각자의 손에 쥐어지는 건 국가 수당 7만원. 그걸 손에 든 심정이 어떤 것인지, 사형집행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교도관들의 모습을 처음 만나게 된다. 셋째, 살인 자체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숱한 영화에서 보던 사형 집행의 순간과는 사뭇 다른, 숨 막히는 장면이 영화에 담겨 있다. 분명 죄 지은 이들에게 형을 집행하는데도, 교도관들을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서글프고 잔인한 순간. 무너지는 사형장의 마룻바닥과 함께 보는 이의 마음도 무너져 내린다.
'집행자'는 진지하고도 인간적으로 모든 순간을 다루려 애쓴다. 더 뜨겁거나 더 건조하거나 더 논쟁적인 연출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늦깎이 신인 최진호 감독의 시도는 그 자체로 꽤나 의미심장하다. 완성도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어떨 땐 이런 시도를 완성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물론 함께 고민해보자는 '집행자'의 태도는 그저 인정해줄 수 있는 정도를 뛰어넘는, 훨씬 넉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