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이모저모] 이창호·박영훈, 초읽기 대접전 끝에 승전보

○…한·중전 3판 모두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중국 기사끼리 맞붙은 구리-퍄오원야오전을 제외한 모든 판이 마지막 초읽기 속에서 춤을 췄다. 전원 백을 잡은 한국 기사들은 점심시간에 들어갈 때만 해도 비관적 전망 속에 '4강전 전멸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2006년 제6회 춘란배에 이어 사상 두번째 참극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하지만 오후부터 한국 기사들의 열띤 추격전이 시작되면서 검토실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한국의 최대 '수훈선수'는 박영훈이었다. 박 九단은 하변에서 패(覇)로 버티는 승부수를 띄워 형세를 혼돈으로 몰고 간 뒤 중앙의 복잡한 전투를 멋지게 처리, 극적 승리를 따냈다. 후야오위는 101수째부터 초읽기에 들어가 100여수를 '마지막 1분'으로 버티는 곡예를 펼쳤으나 끝내 항서를 썼다. 둘 간의 통산 전적도 2승2패로 균형을 이뤘다.

○…이창호 九단은 '살인 스케줄' 속에서도 귀중한 승리를 따내 갈채를 받았다. 5일 상하이에서 삼성화재배 준결승을 마치고 귀국한 이 九단은 7일 바둑리그를 소화한 뒤 대국 하루 전 제주에 도착했다. 이날 승리는 특히 나흘 전 삼성화재배 때 추쥔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한 것이어서 바둑 네티즌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최철한 九단은 혼신의 막판 추격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사 3명 중 유일하게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1위 최철한은 중반 한때 적세(敵勢) 속에서 수를 냈으나 중국 2위 쿵제의 노련한 받아치기에 끝내 역전은 이루지 못했다. 둘 간의 상대 전적은 비공식전 포함, 3승3패로 타이를 이뤘다.

○…이번 대회 최대 파란의 주인공은 퍄오원야오(21·朴文堯) 五단. 조선족인 퍄오는 8강전서 유력한 우승 후보 구리(古力)를 백으로 녹아웃시켜 눈길을 모았다. 중국 6위에 올라 있는 그는 지난해 말 중국 명인전 결승전 때의 2연승 후 3연패, 올해 초 도요타덴소배 결승전 0대2 패배 등 구리에게 연패해온 아픔을 한순간에 만회했다. 반면 현역 최강자 구리는 최근 삼성화재배 준결승 2연패 포함, 주요 국제 대회서 3연패하는 난조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