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전 펀드팀장의 '재테크 파일'] 홀수해↑ 짝수해↓… '증시 징크스' 내년에도 또?
입력 : 2009.11.10 03:55
2000년 이후 일정한 패턴
올 코스피지수 40% 급등… 내년엔 출구전략 등 악재
"주가 고전할 듯" 분석 많아… "우연의 일치일 뿐" 주장도
증권가는 이미 내년(2010년)도 주가 전망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 전망 때문에 아시아 주식·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아시아 버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의외로 내년 한국 증시를 낙관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개 내년 고점을 180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올해 주가가 최고 1718까지 올라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오르지 못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매년 지나친 '장밋빛 전망'으로 빈축을 샀던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까닭은 뭘까.
전 세계적으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 전망 때문에 아시아 주식·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아시아 버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의외로 내년 한국 증시를 낙관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개 내년 고점을 180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올해 주가가 최고 1718까지 올라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오르지 못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매년 지나친 '장밋빛 전망'으로 빈축을 샀던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까닭은 뭘까.
물론 국가들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부었던 재정이 내년이면 거의 소진되는 데다, 출구전략(exit strategy·금리 인상을 통한 과잉 유동성 흡수)이 본격 시행될 가능성도 높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더 떨어지면 주요 수출 기업들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 다만 이에 못지않게 증권 전문가들을 짓누르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홀수 연도에는 주가가 급등했다가 짝수 연도에는 하락하거나 상승폭이 낮은 '증시 2년 주기설', 즉 '짝수해 징크스'다.
◆짝수해 징크스 왜 나왔나?
◆짝수해 징크스 왜 나왔나?
2000년 이후 주식시장 연도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보면, '홀수해 급등, 짝수해 부진' 공식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 홀수해의 평균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38.6%였다. 반면, 짝수해는 17.4% 하락했다. 예컨대 2001년에는 IT 주식들을 중심으로 37% 상승했던 주가는 IT버블(거품)이 꺼지면서 2002년에는 9.5% 하락했다. 작년에도 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40% 빠졌지만 올 들어서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40% 급등했다.
주식시장이 이 같은 패턴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국내외 경기 흐름이 짧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B투자증권 김철범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3~5년 주기로 돌아오던 경기 사이클이 2년 이내로 짧아지면서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식시장 사이클도 2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짝수연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54%로 높았지만, 홀수해에는 2.9%로 낮았다. 주가는 다음해의 경제 상승을 미리 반영해 오름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 추이는 통상 약 6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경기 선행(先行)지수(전년동월비)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경기사이클의 단기화를 주도한 것은 전기전자(IT)산업이다. 2000년 IT 거품 붕괴 이후 경기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IT산업의 재고·투자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처럼 재고가 모자라는 수준이 되면 경기회복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재고가 남아돌기 시작하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짝수해 징크스 유효할까?
증권사들의 전망처럼 내년 고점이 1800~2000 수준이라면 9일 현재 주가(1576.79)에 비해 20% 안팎 오르는 것이다. 이 정도의 상승폭은 올해 상승률(40%)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또한 해마다 연말에 장밋빛 새해 주가 전망치를 발표해온 증권사들의 관행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내년에도 '짝수해 징크스'가 나타날 것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짝수해 징크스를 전망하는 증시 전문가들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재고 수준과 경기선행지수 상승세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점을 주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경기선행지수가 작년 12월 저점을 찍고 오르기 시작하면서 주가도 올랐다"며 "올 12월이면 교역조건과 설비투자 악화로 인해 선행지수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주가도 맥을 못 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국내외 경제성장률 수치 자체는 올해보다 높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경제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내년 경제방향성이 밑으로 내려갈(경기 회복세 둔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 기대수익률을 크게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징크스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가 되살아나고,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경우에는 짝수해의 징크스가 깨지거나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ING자산운용 최홍 사장은 "내년 주가수익률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올해는 단기화된 경기사이클과 무관하게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대형 악재로 인한 회복이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 경기순환주기만으로 내년을 예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재고만 늘었던 과거와 달리 재고와 출하량이 함께 늘고 있어 짝수해의 징크스는 과거와 다르게 내년 상반기에 짧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이 같은 패턴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국내외 경기 흐름이 짧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B투자증권 김철범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3~5년 주기로 돌아오던 경기 사이클이 2년 이내로 짧아지면서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식시장 사이클도 2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짝수연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54%로 높았지만, 홀수해에는 2.9%로 낮았다. 주가는 다음해의 경제 상승을 미리 반영해 오름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 추이는 통상 약 6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경기 선행(先行)지수(전년동월비)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경기사이클의 단기화를 주도한 것은 전기전자(IT)산업이다. 2000년 IT 거품 붕괴 이후 경기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IT산업의 재고·투자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처럼 재고가 모자라는 수준이 되면 경기회복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재고가 남아돌기 시작하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짝수해 징크스 유효할까?
증권사들의 전망처럼 내년 고점이 1800~2000 수준이라면 9일 현재 주가(1576.79)에 비해 20% 안팎 오르는 것이다. 이 정도의 상승폭은 올해 상승률(40%)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또한 해마다 연말에 장밋빛 새해 주가 전망치를 발표해온 증권사들의 관행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내년에도 '짝수해 징크스'가 나타날 것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짝수해 징크스를 전망하는 증시 전문가들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재고 수준과 경기선행지수 상승세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점을 주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경기선행지수가 작년 12월 저점을 찍고 오르기 시작하면서 주가도 올랐다"며 "올 12월이면 교역조건과 설비투자 악화로 인해 선행지수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주가도 맥을 못 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국내외 경제성장률 수치 자체는 올해보다 높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경제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내년 경제방향성이 밑으로 내려갈(경기 회복세 둔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 기대수익률을 크게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징크스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가 되살아나고,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경우에는 짝수해의 징크스가 깨지거나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ING자산운용 최홍 사장은 "내년 주가수익률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올해는 단기화된 경기사이클과 무관하게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대형 악재로 인한 회복이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 경기순환주기만으로 내년을 예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재고만 늘었던 과거와 달리 재고와 출하량이 함께 늘고 있어 짝수해의 징크스는 과거와 다르게 내년 상반기에 짧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