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전의 영롱함은 다른 나라가 못 따라오죠"

"사람들이 많이 와서, 우리 나전(螺鈿)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꼈으면 해요."

네이미스트로 알려진 손혜원(54) 크로스포인트 대표가 한국 나전의 우수함을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손 대표는 주류 브랜드인 '처음처럼' '참이슬' '화요'와 건설에서 '힐스테이트' 등 브랜드 이름을 속속 성공시키며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란 말까지 들었다.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현대양행(현 한라그룹) 기획실 디자이너를 거쳐 1990년부터 브랜드·디자인 회사인 크로스포인트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손 대표가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있는 한샘인테리어 건물 7층 아트홀에서 송방웅씨 등 나전칠기 무형문화재를 포함한 명장 6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국 나전명품전(展)'을 연다. 손 대표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나전 작품 50여점이 나온다.

손 대표가 나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몇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나전 전시를 보면서였다. 손 대표는 "당시 대단한 나전 명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빌려온 것이어서 화가 났다"면서 "지금 우리가 나전명품을 지키지 못하면 또 100년 뒤 전시에 일본 신세를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우선 나전 작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통영시를 왕래하면서 명장들을 찾아 나섰다. 손 대표는 "무형문화재 분들이 그동안 이용당한 일이 있어 처음엔 저도 경계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옛날 기록을 보더라도 고려 시대 나전이 너무 아름답고 훌륭해 다른 나라 왕들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남해안 전복에서 나오는 나전의 영롱함은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수많은 사람이 나전을 할 정도로 인기였다"면서 "그러나 손이 많이 가고 비싼 옻칠 대신 화학 칠을 하면서 질이 떨어지고 사람들로부터 점차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전과 옻칠을 다 하는 무형문화재는 몇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 8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시대와 현대 나전 명품 200여점을 전시했다. 나전을 사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당시 전시를 본 한샘 조창걸 회장이 전시를 한 번 더 열어 달라고 요청해 11월 22일까지 두 번째 전시를 열게 되었다. 손 대표는 "나전 작품을 사는 사람이 있고 시장이 형성돼야 전통이 이어진다"면서 "디자인을 한 사람으로서 나전을 되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