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퐁당('교차상영'의 은어)' 던진 돌에 중소영화 뿔났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집행자'의 제작사인 활동사진 조선묵 대표는 지난 월요일에 축하전화를 잇따라 받았다. '집행자'가 첫 주말 20만명을 모아 지난주 개봉작 중 흥행 1위에 오르는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일, 조 대표는 각 멀티플렉스들의 이번 주 상영시간표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집행자'가 다른 영화와 교차상영되는 이른바 '퐁당퐁당' 편성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교차상영을 하면 관객몰이가 훨씬 어려워, 사실상 '종영 임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영화계의 통설. 이에 '집행자'의 최진호 감독과 제작사, 배급사는 크게 반발, 12일 주연배우 조재현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방문해 탄원서를 내기로 했다. 극장을 소유한 배급사들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남의 영화를 교차상영해 논란이 빚어진 적은 있으나, '퐁당퐁당'에 항의해 영화감독과 영화사 대표, 주연배우가 정부부처에 탄원서를 내며 반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교차상영 논란은 멀티플렉스가 생겨난 이후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스크린 1개라도 더 확보하려는 영화사쪽과 '돈 되는' 영화 위주로 스크린을 운영하려는 극장쪽의 입장이 팽팽하다. '집행자'에 앞서 지난달 29일 개봉했던 '하늘과 바다'의 제작사 제이엔디베르티스망(대표 주호성)은 영화가 개봉 첫 주부터 교차상영되자 2주째인 지난 9일 "교차상영 때문에 저희 가족조차 개봉 첫날부터 표를 살 수가 없었다"며 "영화를 회수(자진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극장업계에서는 "어차피 2주차에는 종영될 영화였는데 먼저 '회수'를 선언하는 것은 흥행실패 원인을 극장에 돌리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교차상영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없다. 작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멀티플렉스 업체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에 대해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적발,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일방적 조기종영(6일 이내 종영)과 자의적 부율(賦率·극장과 배급사간 수익 분배비율) 변경 등에 대한 것이었다. 공정위는 당시 "배급사와 극장이 상영시간을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하고, 변동이 생기면 다시 서면으로 재계약하라"고 했으나 상영시간 조정을 일일이 서면으로 계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영화사와 극장 양쪽 모두의 목소리다.

'집행자'가 개봉 2주차에 교차상영되는 것은 1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를 비롯한 기대작들에 밀렸기 때문이다. '2012'는 전국 650개 스크린을 확보하며 이미 개봉한 영화들을 종영 쪽으로 몰아세웠다. 즉, '2012' 때문에 상영횟수가 줄어드는 영화는 '집행자' 뿐이 아닌 셈이다. 특히 중소규모 영화가 많이 쏟아지는 10, 11월 속칭 '창고대방출 기간'에는 대형 영화에 밀려 조기종영되는 작품이 많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이윤을 내야하는 극장쪽에 '왜 우리 영화를 교차상영하느냐'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시장 논리로는 맞지 않는 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정위도 교차상영을 '우월적 지위 남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도 "어떤 영화든 개봉 첫 주말 후에 상영횟수를 조정하며, 시위한다고 횟수를 늘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영화를 한 극장에서만 개봉하던 예전 논리로 멀티플렉스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예산 영화를 비롯한 중소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영화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타협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귀 기울일 만 하다. 영화제작가협회측은 11일 "교차상영으로 인한 영화사의 피해를 막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