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동문서답(東問西答)

〈제6보〉(72~84)=허영호는 임기응변에 능한 실전적 기풍으로 유명하다. 유연한 운석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자유롭게 변신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이런 장점은 변형 바둑게임인 '바투'에서 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올 초 벌어진 '바투 인비테이셔널'서 우승하더니 최근 월드바투리그서도 4강까지 진출했다. 바투 전문가들에 따르면 허영호는 상대선수의 초반 치석(置石·베이스빌드) 성향만 미리 분석할 뿐, 평소 바투 훈련은 거의 않고 출전한다고 한다.

72로 참은 것이 정수. '가'로 끊어가고 싶지만 참고1도 4 이하 14까지의 교묘한 수법에 걸려 쓰레기만 챙기게 된다. 73으로 탈출에 나서자 백은 74~77의 임시 '철책'을 가설한 뒤 78에 뛰었다. 80자리 급소 공격과 '나'의 막음을 동시에 노리는 수다.

흑이 79로 품을 넓히면서 아래쪽 백 포위망의 약점을 노리고 나섰을 때 백도 80 치중은 예정된 급소 일발. 흑이 81로 참고2도 흑1은 4까지 형태가 더 나쁘므로 81로 방향전환, '다'를 강요한 것. 여기서 백도 84로 딴청을 부린다. 서로간에 치열한 기세 싸움이다. 자, 이 동문서답의 승자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