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쪽박사이] 영화 '천국의 우편배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미덕은 이형민 감독의 연출력이다. 넓은 들판에 빨간 우체통이 놓여있고, 그 사이로 영웅재중과 한효주가 뛰어다니는 모습, 예쁜 커피숍에서 두 사람이 장난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은 한폭의 수채화 혹은 동화책처럼 아름답게 그려진다. 또 김창환과 신구 등 조연들의 맛깔 나는 연기가 극에 재미를 더한다. '4월 이야기''하나와 엘리스' '무지개 여신' 같은 전체적인 일본 멜로 분위기로, 약간 어그러지는 한국어 대사를 이해하고 본다면 한일 멜로 비빔밥의 색다른 맛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웅재중 팬이라면 당연히 '머스트 왓치' 리스트에 추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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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기자 마음 따듯해지는 잔잔한 동화같은 영화 - 대박지수 50％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한, 일 양국 드라마 연출가 및 작가들이 아사히 TV 동시 방영을 목적으로 만든 로맨스 판타지 프로젝트 영화다. 유명 드라마 연출가의 영화로의 외출, 동방신기 영웅재중의 연기 변신, 한효주 여주인공 캐스팅 등 영화 내, 외적 화제 때문에 많은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연출가의 처녀작 영화이고, 영웅재중 또한 첫번째 연기도전이었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형민 감독은 유능한 드라마 연출자답게 이러한 의구심을 산산이 조각내며 세심한 터치와 잔잔한 음악으로 영화를 매끄럽게 그려나갔다. 특히 '천국의 우편배달부' 발랄한 하나(한효주)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발랄하고 신선한 한효주의 모습은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그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한효주의 매력 덕분에 생소함은 신선함과 편안함으로 변했고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도 매끄러워졌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다소 당황스러운 설정 때문에 혼란스러웠던것도 사실이지만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자신만의 매력과 강점으로 이러한 약점을 지혜롭게 덮었다.

일반적으로 죽음이란 소재를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와는 달리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잔잔한 음악과 깨끗한 배경을 무대로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다뤘다. 특별한 갈등요소가 없다는 점도 영화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천국의 우편배달부'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죽은 이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모습을 그리며 각박한 막장과 냉정함이 판치는 세상에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로맨틱하고 만화 같다는 설정 때문에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최소한 2시간 동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영화랄까?

영화속에서 눈을 정화시켜 줬던 넓은 초원의 빨간 우체통, 등대와 넓은 바다, 분위기 있는 카페의 깨끗하고 맑은 영상 잔잔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젊은 두 남녀의 사랑을 위주로 다룬 영화이긴 하지만 신구, 김창완 등의 중년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와 매력을 보는것도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다.

하지만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일본 유명작가가 각본을 썼기 때문인진 몰라도 닭살스러운 대사와 몇몇 이해되지 않는 상황설정이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린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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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경 기자 "일본 감수성이 한국어 대사로 통역되면 손발이 오글오글?" 쪽박지수 70％

영웅재중 만큼 순정 만화 주인공에 어울리는 비주얼 아이돌이 있을까. 그가 주연으로 발탁된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예상에 걸맞게 10대 감수성을 자극하는 판타지 멜로물이다. 꽃미남 남자 주인공(영웅재중)과 평범한 듯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한효주)이 현실과 천국을 오가며 몽환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스토리는 순정 만화보다 더욱 달콤하다. 특히나 일본 '러브스토리의 신'이라고 불리는 기타가와 에리코 작가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감독이 손을 잡았으니 감수성 수치는 200％에 달한다.

다만 지나치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로맨틱하고 만화 같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강점이자 최대 약점이다.

기타가와 에리코 작가는 기획 단계서부터 연기 경력이 전무한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음을 밝혔다. 영웅재중 스스로도 "왜 주인공으로 발탁이 됐는지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이형민 감독은 "사실 이번 작품을 하기 전까지 동방신기 멤버 이름조차 잘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에리코 작가는 팬심 혹은 사심(?)을 십분 발휘해, 영웅재중의 몽환적이고 만화 같은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캐릭터를 그에게 맡겼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지만, 2주간 지상의 인간들이 하늘 나라로 떠난 이들에게 부친 편지를 배달해주는 '천국의 우편배달부' 역할을 하는 재준이다. 영웅재중의 본명과도 비슷한 재준은 영웅재중이 아니면 상상 못할 만큼 이미지가 완벽하게 겹쳐진다. 또 타이틀롤에 걸맞게 연기력이 초짜 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동화 속 왕자님이 천국의 우편배달부로 변해 죽은 이를 못잊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건넨다는 내용은 무척이나 따스하고 감각적이다.

문제는 대사다. 일본 대본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아무리 멜로라지만 일상에서 쓰기 힘든 단어와 문장들이 나열돼 실소가 터진 것. 영웅재중 스스로도 연기하면서 살짝 손발이 오그라들었다고 털어놨고, 한효주는 이해가 안가는 대사가 있어서 원본 대본을 통역하며 많이 연구했다고 한다.

영웅재중이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내 꿈속에서..."라며 한효주를 어루만지는 식은 영웅재중의 팬이라면 완벽히 한효주에 빙의돼 대리만족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관객들에겐 "웬 닭살?"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