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빛낸 최고의 영화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와 '굿모닝 프레지던트'(감독 장진) '마더'(감독 봉준호) '박쥐'(감독 박찬욱) '해운대'(감독 윤제균) 등 다섯편의 작품이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최고의 화제작과 흥행작들로 짜여져 쉽게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심사위원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국가대표'는 별볼일없는 청춘들의 올림픽 도전기를 웃음과 감동 속에 버무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입양아, 나이트클럽 웨이터, 소년 가장 등 사연 많은 젊은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태극마크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뜻하게 묘사했다. CG를 활용한 실감나는 스키점프 경기장면 역시 시선을 모았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장 진 감독의 센스가 빛난다. 로또에 당첨된 대통령 이순재, 꽃미남 대통령 장동건, 여성 대통령 고두심 등 3명의 인간미 넘치는 대통령을 통해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장진 특유의 재기발랄한 웃음 속에 눈물 코드를 넣어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우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견 김혜자와 원빈, 진구의 하모니가 돋보인 '마더'는 '모정(母情)의 한계는 어디인가'를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자식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어머니의 변화과정을 스산한 화면과 긴장감 넘치는 음악에 담았다. 수수께끼를 간직한 캐릭터들을 촘촘한 복선에 배치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박쥐'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학이 도드라진다. 선과 악 사이에서 방황하는 흡혈귀 신부의 기이한 행적을 그로테스크한 화면에 응축시켜 상반기 최고의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피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신부, 극한 상황속에서 펼쳐지는 사랑 속에 인간 구원의 보편적 메시지를 담았다.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신화를 쓴 '해운대'는 한국형 재난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첨단 CG를 활용한 메가 쓰나미도 볼만했지만 그보다 재난 앞에서 더욱 빛나는 훈훈한 가족애와 사랑이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할리우드식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화면과 객석의 거리를 좁힌 것이 주효했다.
< 김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