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2004)→이영애(2005)→김혜수(2006)→전도연(2007)→손예진(2008)의 뒤를 이을 은막의 여왕은 누구일까.
김옥빈 김하늘 김혜자 최강희 하지원이 제30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박쥐'의 김옥빈은 도피 불가능한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흡혈귀가 되는 생활형 호러퀸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일반적인 선악의 기준으로는 단죄할 수 없는, 순수한 배고픔에 의해 살인하는 질풍노도의 흡혈소녀를 훌륭히 소화했다.
김하늘은 영화 '7급 공무원'에서 국가정보원의 실패를 모르는 당찬 행동대원으로 변신했다. 한 영화 안에서 진지와 코믹, 액션과 멜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폭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김하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더'의 김혜자는 '어미'라는 존재가 가진 보편성과 극단성을 한치의 오차없이 조목조목 표현했다. '마더'는 김혜자를 위한 영화였고, 김혜자가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영화다. 연기에 관한 한 '접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최강희는 '애자'에서 암에 걸린 어머니를 하늘로 보낼 수밖에 없는 딸의 슬픔을 노래했다. 신파로 기울뻔 한 영화의 균형을 잡은 건 '4차원', '최강 동안' 최강희의 힘이다. 욱하는 성질의 불량소녀와 효녀 애자의 모습이 잘 어우러졌다.
하지원은 '내사랑 내곁에'에서 루게릭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남편의 곁을 지키는 여자 역을 맡았다. '내사랑 내곁에'는 박진표 감독의 작품 중 가장 건조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하지원의 눈물 연기는 객석을 울리는데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 권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