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루게릭병 환자(김명민)와 탈주범을 뒤쫓는 시골 형사(김윤석). 흡혈귀가 된 신부(송강호)와 꽃미남 대통령(장동건). 그리고 스키점프 국가대표(하정우)까지.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다투는 후보들이다.
김명민은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서 생명의 불씨가 서서히 꺼져가는 루게릭병 환자를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격찬받은 연기에 대한 집념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김윤석은 '거북이 달린다'에서 천하태평 시골 형사로 변신했다. 사방에 피를 뿌리며 거침없이 연쇄살인범을 쫓던 '추격자'의 엄중호가 아니다. 느릿느릿한 충청도 말투에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과 걸음걸이. "왜 또 형사물이냐"는 모두의 만류가 틀렸음을 증명했다.
'박쥐'의 송강호는 박애와 희생을 실천하고자 아프리카에 갔다 '흡혈병'에 걸려 돌아온 신부의 비극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피와 섹스를 갈구하는 세속적 본능과 신부로서의 도덕적 사명감 사이에서 고통받는 모습은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장동건은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또한 영화 역사상) 초유의 '엣지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조각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말투, 호방한 리더십과 외교력까지 완벽 그 자체지만, 영화 중간중간 빈틈을 보여주는 그의 행동은 오히려 인간적 매력을 배가한다.
'국가대표'의 하정우는 친모를 찾아 한국에 온 미국 입양아를 능청스럽도록 매끈하게 연기했다. 한국에 대한 배신감과 이질감, 업신여김을 가슴에 품고 한국 생활을 시작했지만,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