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소쿠리의 '빛나는' 변신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쿠리, 집에서 쓰다 버린 듯한 철사 등 싸고 흔한 소재가 이 사람의 손을 거치면 일상의 틀을 깬다. 소쿠리들이 모여 회오리 모양의 기둥이 되고, 소쿠리 틈 사이로 비치는 조명은 빛을 산화(散華)시킨다. 조명디자이너 이상진(44·서울 산업대 조교수)은 정형화된 소품들을 조합해 전혀 다른 틀의 조형물을 완성해낸다. '낯설게 하기'의 디자인적인 해석이다.

서울 광화문 'C스퀘어'의 인터뷰 갤러리 '원(one)'에서 열리고 있는 이상진 작가의 '라이트 라이드(Light ride)'전(展)은 상반되는 것의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오래되고 싸 보이고 생활 뒤안켠에 있는 물건들, 흔하게 봤던 것들을 어색하게 만들다 보면 또 다른 환상적인 순간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시 제목의 'light' 글자 그대로 빛과 가벼움도 담겨 있다. 소쿠리 기둥에 매달려 있는 롯데월드 캐릭터 인형은 마치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듯 날렵해 보이고, 소쿠리 기둥을 감싸고 있는 LED 병풍은 밤이면 붉은빛을 발산하며 시선을 유혹한다. 햇살에 조명이 사그라지는 낮 동안의 이 전시장 형상이 귀여운 소년 같다면 밤에는 마치 요부(妖婦)같다.

조명의 향연은 순간 아름답지만, 공기 중으로 자신을 발산시키며 사라져간다. 마셜 버만의 "모든 견고한 것은 대기 속으로 사라진다"는 말처럼 그가 형성해 놓은 조명은 매시각 다른 형상을 띠며 사람들의 시야 속에서 사라져간다. "크리스마스 기분이 날 수 있게 LED조명으로 눈사람도 만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기업과 디자이너 간 협업 프로젝트 '원+원스(one+one's)'의 네 번째 작품으로 롯데월드가 개점 20주년을 기념해 후원했다. 전시는 연말까지. (02)724-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