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음은 콩밭에

〈제8보〉(94~105)='바투'는 바둑의 룰을 변형한 게임. 같은 과(科)이므로 바둑 발전에 도움되리란 사람들도 있고, 바둑의 정통성을 훼손시킨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허영호는 올해 초 열렸던 바투 인비테이셔널 때는 동료 프로기사들을 제치고 정상을 맛봤지만 본격바둑 우승은 아직 없다. 바둑과 바투 간의 관계가 친구인지, 적인지를 규명해 줄 중요한 임상모델(?) 역할도 떠맡은 셈.

94로는 참고1도 1로 봉쇄해 좌상 쪽 흑 4점을 잡고 싶지만 2가 선수여서 지불할 세금(?)이 너무 많다. 백은 "94로 피해 없이 좌상 흑 4점을 포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지는 두고 볼 일. 흑은 그쪽을 일단 보류하고 99 급소를 두들기며 기분을 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참고2도의 처리가 훨씬 효율적이었다.

역경 속에서도 백은 100이란 좋은 수를 찾아냈다. 뒤늦게 101로 치중했지만 102로 연결하는 형태가 돼선 공연히 벌집을 건드린 꼴. 백에게 전혀 부담이 없다는 뜻이다. 105 때 백은 '가'로 꽉 받을까, '나'로 늦춰 받을까. 아무튼 흑은 이곳서 적당히 철수하고 좌상 쪽으로 갈 심산이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