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집행자'
입력 : 2009.11.16 11:38
| 그 순간, 사형집행 교도관도 떨고 있을까 |
"나 떨고 있니?"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태수(최민수)가 물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태수는 그때 떨고 있었을까, 아니었을까. 그 여운이 아직도 선명하다. 태수가 바라본 하늘 위로 돌멩이처럼 날아오르던 새 몇 마리도 떠오른다. '모래시계'의 명장면이다.
태수가 "나 떨고 있니?"라고 묻던 그 순간, 그의 옆에는 교도관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아무도 사형수의 팔짱을 낀 채 그린마일(사형수들이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초록색 복도)을 걸어가는 교도관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궁금하다. 그 순간, 교도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도 떨고 있을까.
영화 '집행자'(감독 최진호)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세계, 그들의 애환과 고민을 다룬다. 직업으로의 교도관, 법의 명령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인간적 고뇌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사형제도의 정당성 혹은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무거움을 묻는다. 사형수가 아니라 교도관의 시점이다. 흥미롭다.
수많은 영화 속에서 교도관은 대부분 부패하고, 비열하고, 폭력적이다. 사형수와 교도관의 우정을 다룬 '그린마일'이 조금 색다른 지점에 위치한다. '집행자'는 울타리 저 너머에 갇혀 있던, 교도관이라는 인물을 스크린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집행자'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신입 교도관 재경(윤계상), 베테랑 종호(조재현), 정년퇴임을 앞둔 김 교위(박인환)다. 성격은 완전 딴판이다. 재경은 어리숙하고, 종호는 잔혹하고, 김 교위는 인간적이다. 재경은 이제 막 법무부 소속 공무원이 됐다. 죄수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오히려 조롱거리가 된다. 베테랑인 종호는 능수능란하다. 쓰레기인 죄수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무자비한 인물이다. 그는 재경의 선배이자 스승이다. 김 교위는 사형수와 내기 장기를 두며 히히덕거린다.
재경, 종호, 김 교위는 교도관의 각 세대를 상징한다. 재경은 세월과 함께 종호가 되고, 김 교위처럼 변해갈 것이다. 거꾸로 종호도 처음에는 재경처럼 순진한 청년이었다. 다른 직업에서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영화는 교도관의 실생활과 고뇌를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사형 집행 담당자를 가리는 제비뽑기를 하고, 술로 두려움을 달래고, 옛 동료를 찾아가는 식이다. 그렇게 잔인한 범죄 현장과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사형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교도관들의 긴장된 표정과 행동을 강조해서 보여준다. 그들도 어차피 평범한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 지점에서 정지한다. 사형제도 혹은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사색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어느 순간 성장이 멈춘 나무를 보는 듯하다.
그 이유는 작위적인 설정과 전개 때문이다. 우선 캐릭터가 상투적이다. 풋내기 재경은 순진하기만 하고, 40세 노총각 종호는 냉혈한이고, 김 교위는 이웃집 아저씨 같다. 영화는 이들의 심리 변화보다 현재 감정을 표현하는데 공을 들인다. 또 인물의 비중이 분산돼 전개가 산만하다. 재경의 내면과 심리 변화를 집중 조명했다면, 감정이입이 더 수월했을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너무 익숙하다.
사형과 낙태를 둘러싼, 생명과 죽음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너무 투명해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올까"라고 묻는 사형수의 대사는, 12월 24일에 실제로 눈이 내리면서 오히려 상징성을 잃어버린다.
'집행자'는 인물과 테마가 낯설고 무겁다.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의 세계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은 굳이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 어둠의 골목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게다가 사형 집행 장면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재경이 일상 업무로 복귀하는 엔딩도, 영화가 엉뚱한 샛길로 빠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나름대로 뚝심을 발휘한다.
하지만 몇 가지 미덕은 금세 휘발된다. 익숙한 설정, 예상 가능한 전개, 표면적인 심리 묘사의 덫에 걸린 탓이다. 냉정한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접근법도 밀도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흥미로운 설정과 문제 제기가 빛을 잃는다. 연기의 부조화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태수가 "나 떨고 있니?"라고 묻던 그 순간, 그의 옆에는 교도관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아무도 사형수의 팔짱을 낀 채 그린마일(사형수들이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초록색 복도)을 걸어가는 교도관은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궁금하다. 그 순간, 교도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도 떨고 있을까.
영화 '집행자'(감독 최진호)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세계, 그들의 애환과 고민을 다룬다. 직업으로의 교도관, 법의 명령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인간적 고뇌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사형제도의 정당성 혹은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무거움을 묻는다. 사형수가 아니라 교도관의 시점이다. 흥미롭다.
수많은 영화 속에서 교도관은 대부분 부패하고, 비열하고, 폭력적이다. 사형수와 교도관의 우정을 다룬 '그린마일'이 조금 색다른 지점에 위치한다. '집행자'는 울타리 저 너머에 갇혀 있던, 교도관이라는 인물을 스크린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집행자'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신입 교도관 재경(윤계상), 베테랑 종호(조재현), 정년퇴임을 앞둔 김 교위(박인환)다. 성격은 완전 딴판이다. 재경은 어리숙하고, 종호는 잔혹하고, 김 교위는 인간적이다. 재경은 이제 막 법무부 소속 공무원이 됐다. 죄수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오히려 조롱거리가 된다. 베테랑인 종호는 능수능란하다. 쓰레기인 죄수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무자비한 인물이다. 그는 재경의 선배이자 스승이다. 김 교위는 사형수와 내기 장기를 두며 히히덕거린다.
재경, 종호, 김 교위는 교도관의 각 세대를 상징한다. 재경은 세월과 함께 종호가 되고, 김 교위처럼 변해갈 것이다. 거꾸로 종호도 처음에는 재경처럼 순진한 청년이었다. 다른 직업에서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영화는 교도관의 실생활과 고뇌를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사형 집행 담당자를 가리는 제비뽑기를 하고, 술로 두려움을 달래고, 옛 동료를 찾아가는 식이다. 그렇게 잔인한 범죄 현장과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사형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교도관들의 긴장된 표정과 행동을 강조해서 보여준다. 그들도 어차피 평범한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 지점에서 정지한다. 사형제도 혹은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사색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어느 순간 성장이 멈춘 나무를 보는 듯하다.
그 이유는 작위적인 설정과 전개 때문이다. 우선 캐릭터가 상투적이다. 풋내기 재경은 순진하기만 하고, 40세 노총각 종호는 냉혈한이고, 김 교위는 이웃집 아저씨 같다. 영화는 이들의 심리 변화보다 현재 감정을 표현하는데 공을 들인다. 또 인물의 비중이 분산돼 전개가 산만하다. 재경의 내면과 심리 변화를 집중 조명했다면, 감정이입이 더 수월했을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너무 익숙하다.
사형과 낙태를 둘러싼, 생명과 죽음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너무 투명해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올까"라고 묻는 사형수의 대사는, 12월 24일에 실제로 눈이 내리면서 오히려 상징성을 잃어버린다.
'집행자'는 인물과 테마가 낯설고 무겁다.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의 세계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은 굳이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 어둠의 골목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게다가 사형 집행 장면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재경이 일상 업무로 복귀하는 엔딩도, 영화가 엉뚱한 샛길로 빠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나름대로 뚝심을 발휘한다.
하지만 몇 가지 미덕은 금세 휘발된다. 익숙한 설정, 예상 가능한 전개, 표면적인 심리 묘사의 덫에 걸린 탓이다. 냉정한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접근법도 밀도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흥미로운 설정과 문제 제기가 빛을 잃는다. 연기의 부조화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