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백야행 손예진 "노출신 빼면 어쩌자는 거죠?"

출연 승낙 안하고 뜸 들이자 PD 시나리오 수정 제시 … 오히려 '혼쭐'

영화 '백야행'의 제작사 측은 기획 초기단계부터 주인공 유미호 역에는 손예진이 적역이라고 생각했다.

'백야행'의 임지영 프로듀서는 "손예진만 출연 OK를 해준다면 한 달이고 일 년이고 기다릴 수 있다는 심정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손예진은 뜸을 들였다. 이미 출연 요청이 들어온 다른 작품과도 저울질을 하는 중이었다. 다행히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원작 '백야행'에 대한 손예진의 반응이 좋았다. '백야행'의 영화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임 프로듀서는 '백야행'의 시나리오를 1고, 2고 수정할 때마다 손예진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처음엔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가는 손예진의 반응이 탐탁지 않았다.

'이러다 손예진이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 때문에 손예진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임 프로듀서는 문득, 유미호가 벌거벗은 채 약혼자의 딸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을 떠올렸다.

"노출 수위가 너무 높아 예진씨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부분을 삭제한 뒤 시나리오를 들고 손예진을 찾아갔다."

새 수정본을 받아든 손예진은 그 자리에서 원고를 꼼꼼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훑어 보던 손예진은 갑자기 화를 냈다.

"이거 누가 수정한 거예요. 대체 이 영화에서 그 장면을 빼면 어쩌자는 건가요?" 임 프로듀서는 "노출신 때문에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아 뺐다"고 설명했다. 손예진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미호는 대사도 없고, 표정이나 눈빛 같은 미세한 것들만으로 캐릭터를 설명해야 하잖아요. 그나마 그 장면이 유일하게 미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그걸 빼다니요."

결국 손예진의 주장대로 최종 시나리오와 영화에는 그녀의 전신 노출신이 포함된 문제의 장면이 들어갔다.

임 프로듀서는 "여배우에겐 노출신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손예진씨는 그만큼 '백야행'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