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D-15, 남녀조연상 후보는

'주연 보다 더 빛나는 조연.' 올해 스크린에서 가장 빛난 조연은 누구일까? 제30회 청룡영화상 남녀 조연 부문은 주연상 못지 않게 예측하기 어렵다. 흔히 말하는 감초연기의 대가들, 또 주연을 받쳐주는 개성파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해서다. 누가 호명돼도 이의를 달기 힘들다.

　

여:중견 vs 후배여우 남:코믹 vs 카리스마

올 청룡영화상의 여우조연상 부분은 중견 배우들과 후배들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우선 '불신지옥'의 김보연을 비롯해 '애자'의 김영애, '박쥐'의 김해숙 등이 후보에 올랐다. 여기에 '7급 공무원'의 장영남과 '미인도'의 추자현이 선배 배우들에 도전장 내고 있다.

관록의 중견배우들과 참신한 후배들의 감초연기 대결인 셈이지만 조연상은 여타부문과 달리 무엇보다 연기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주요한 관점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보연은 드라마 속 이미지에서 완벽하게 벗어났고, 김영애 역시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에서 수십년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이다.

특히 '이년아~'하면서 딸과 친구처럼 부대끼는 김영애한테는 영화를 보며 가슴을 저린 수많은 딸들이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김보연이 이번 작품에선 광신에 빠져 어딘가 불안하고, 수수께끼를 간직한 엄마 역을 긴장감있게 보여줬다면 김영애는 보편성과 개성을 함께 지닌 엄마 역을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김보연의 경우 지난 92년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청룡 조연상을 받은 이후 무려 17년만에 다시한번 영광을 재현할지 궁금하다.

여기에 비하면 일찌감치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쥐'의 김해숙은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수많은 TV 드라마에서 속정 깊은 우리네 엄마로 단골 출연했던 그녀는 이 작품에서 원색적인 컬러로 무장해 충격적인 엄마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박찬욱 감독의 미학을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관록의 선배 배우들에 맞서 대학로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닦은 장영남은 '7급 공무원'에서 생활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여우조연상 후보의 막내인 '미인도'의 추자현은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겨룰 만큼 연기력에도 손색이 없었다는 평을 들었다.

남자부문은 '코믹연기의 달인 vs 카리스마 배우들의 구도'로 짜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운대'의 폭소탄인 김인권과 '국가대표'의 성동일은 한 마디로 만개한 코믹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을 뺐다. 김인권은 '마이 파더' '용의주도 미스 신' 등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고, 성동일은 '미녀는 괴로워'에서 맞춘 김용화 감독과의 호흡이 이번에 절정을 이뤘다. 별볼일 없는 청춘들을 끌어모아 스키점프 선수로 거듭나게 하는, 인간미 넘치는 코치 역을 살갑게 소화했다.

신하균 이민기 진구는 각기 독특한 자신만의 카리스마 연기로 이들과 경쟁하는 구도다. 신하균은 그로테스크한 마마보이의 독특한 심리를 열정을 담은 연기로 표현해 '역시!'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이민기는 '해운대'에서 관객들의 눈물을 가장 많이 뽑아냈다. 특히 이민기는 자신의 하드웨어와 딱 어울리는 순수한 청년 구조요원을 맡아 짧지만 아름다운 순애보를 가슴 뭉클하게 연기해 찬사를 받았다.

영화계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마더'의 진구는 김혜자와 원빈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균형추 역할을 소름 돋게 완수했다. 잘 생긴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을 겸비한 그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무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마더'에서 적역을 만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