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영화같은 영화 주인공… 나를 버리고 받아들였죠"

손예진(27)처럼 유명한 여자배우는 무리 속에 섞여 먼발치에서 볼 때가 편하다. 수많은 익명의 객(客)들과 함께 스크린에서만 보던 그녀를 카페 밀실에서 독대하게 해놓고, 영화사 직원은 미닫이문마저 밀어 닫았다. 그녀를 흠모해 온 자에겐 황홀한 순간이겠으나, 영화 관련 질문을 해야 할 사람에겐 실내 기압이 급격히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이었다. 19일 개봉할 영화 '백야행'의 주인공을 만난 건 지난 12일 삼청동의 한 카페였다.

"이번 영화는 정말 영화 같은 얘기예요. 나쁜 사람들을 연민으로 받아들이게끔 하죠. 그냥 스릴러나 미스터리처럼 재미있게 따라가는 게 아니어서, 관객들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따라올까 긴장이 돼요. 바로 그게 연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했어요." 영화에서 그녀는 살인자의 딸이란 과거를 갖고 있으면서 재력가의 약혼녀인 미호 역을 맡았다. 대사가 매우 적은 데다가, 그 대사마저 무척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바로 그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 대사 대신 입술이 살짝 떨리거나 하는 연기를 해야 했죠. 한 장면 한 장면이 산 넘어 산 같은 느낌이랄까." 그녀는 "아유, 다음엔 확 터뜨리는, 그런 영화를 해야지" 하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투는 작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의 그것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