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부대 대(對) 기관총사단

이제 남은 팀은 영남일보와 한게임뿐이다. 19일부터 시작되는 두 팀 간의 챔피언결정 3연전으로 KB국민은행 2009 한국바둑리그 우승팀이 가려진다.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쳤던 한게임은 3위 팀 Kixx와의 준플레이오프를 3대2로 장식한 데 이어 15일 끝난 플레이오프서도 2위 팀 바투를 3대1로 제쳤다. 영남일보는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해 있다.

영남일보는 2006년 창단, 첫해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그 후 2년 연속 바둑리그를 제패했다. 사상 첫 3연패(連覇)를 노릴 만큼 명문팀으로 우뚝 선 것이다. 한게임은 바둑리그 최장 출전팀으로, 2004년 이후 5년 만의 우승을 겨냥 중이다. 두 팀은 정규리그에서 똑같이 3대2의 박빙승부로 1승씩을 나눠 가졌다.

영남일보는 정규리그에서 10승 2패로 다승왕을 차지한 김지석과 박영훈(8승 4패) '투톱'에 크게 의존하는 팀 컬러. 반면 한게임은 포스트시즌 성적을 포함해 이영구(10승 4패), 윤준상(9승 5패), 홍성지(8승 6패) 등 전 선수가 고른 활약을 보인다. 영남일보가 대포부대라면 한게임은 기관총사단쯤 되는 셈.

바둑리그 최고 명장으로 자리를 굳힌 영남일보 최규병(46), 지휘봉을 잡은 첫해에 챔프결정전까지 끌어올린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58) 등 양 팀 감독 간의 대결도 흥미롭다. 우승팀 2억원, 준우승팀 1억원의 상금을 놓고 격돌할 두 명장의 출사표를 들어봤다.

〈최규병 영남일보 감독〉

첫날 3연승을 노리는 속전속결 방식의 오더를 준비했다. 주장 박영훈을 이틀째 대국에 투입한다는 게 당초 구상이었으나 상대 주전급 하나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첫날로 재조정했다. 결국 윤준상과의 주장전이 이뤄졌고 이 판이 1차전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고 판(제4국)에 나설 유창혁은 스타일 상 상대팀 이영구와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 2대2가 될 경우 김형우의 배짱에 기대한다. 김형우는 정규리그서도 여러 차례 5번 순번으로 출전했고 결승점도 수차례 기록했다. 형우를 5장에 배치해 놓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우리 팀 멤버 중 김지석과 김형우는 2번씩, 강유택은 1번 영남일보 간판으로 우승을 맛봤다. 또 박영훈과 유창혁은 큰 승부를 무수히 많이 거쳐 본 베테랑이다.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두 담담하게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정규리그 1위 팀의 체면을 꼭 지키도록 하겠다.

〈차민수 한게임 감독〉

우리는 선수층이 두껍다는 게 장점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선수라도 펀치를 날릴 수 있다. 상대팀 오더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상대팀 양대 에이스 박영훈과 김지석 중 1명을 제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주장 윤준상을 2번으로 배치했다.

첫날 2승 1패면 물론 최상이지만 1승 2패만 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후반에 승부를 걸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영구가 플레이오프서 보여주었듯 절정에 올라 있다. 홍성지는 타이틀 도전기, 국제대회 등 큰 판에서 단련된 배짱과 안정감이 믿음직해 최종 5국에 배치했다.

우리 팀은 정규리그를 4위로 끝내고 2위를 확보함으로써 부담은 없고 사기는 충천해 있다. 우승할 경우 회사측과 상의, 선수단 전원에게 라스베이거스 여행 보너스를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7개월여를 젊은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는데 승부사로서 꼭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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