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의 사나이' 원성진 명인 결승 선착

원성진(24) 九단만큼 불운을 거듭해 온 프로기사도 흔치 않다. 준우승이 무려 다섯 차례나 된다. 게다가 2003년 및 2004년 LG배에서 2년 연속 단 1승 차로 4강에 머무는 바람에 병역특례 혜택까지도 비켜갔다. 2007년 한 차례 본격기전 우승(천원전)의 꿈을 이뤘으나 지난 연말 동갑내기 친구 박영훈과 치른 GS배 도전기서 완봉패, 또 한 번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 원성진이 일생일대의 도약 기회를 잡았다. 이번 무대는 제37기 명인전. 우승상금만 1억원이 걸린 국내 최대규모 타이틀전이다. B조리그를 1위로 마친 원성진은 A조 2위 홍성지에게 첫 판을 내줬지만 2국(12일)과 3국(13일)을 연승, 대망의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국(10일) 패배로 홍성지 전 4연패에 빠졌던 상대전적을 5승 5패 타이로 이끄는 데도 성공했다.

이제 김승재(A조 1위) 대 이창호(B조 2위)의 또 다른 준결승 승자를 기다려 치를 결승 5번기만 남았다. 그간 이창호에겐 통산 4승 6패로 잘 싸워왔고, 신예 김승재와는 2판을 두어 모두 이겼었다. 원성진은 "누가 올라오건 담담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두겠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편 이창호 대 김승재 간의 준결승 1국(16일)에선 이창호가 흑으로 1집 반을 승리했다. 2국과 3국은 18일 및 23일 각각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