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아, 이 순간!] 송강호, 장동건에게 신인남우상 빼앗기다

각본없는 드라마에 톱스타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행사 당일 투표로 수상 결과가 결정되는 청룡영화상 시상식. 그 결과는 시상자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바로 그 순간을 위해 난다긴다하는 톱스타들이 가슴떨려하며 자리를 지킵니다. 지금은 당대 최고 스타로 인기 절정을 달리는 배우들도 청룡영화상이 빚어내는 이변의 드라마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눈물도 흘려봤고, 의외의 격려에 환호성도 질러봤습니다. 이 감동의 순간들을 되짚어봅니다.

1997년 제18회 청룡영화상은 그야말로 화려한 은막의 대축제로 수많은 스타 감독과 배우들을 배출해냈다. 본격적인 충무로의 르네상스기가 시작되면서 '초록물고기' '접속' '넘버 3' 등 새로운 형식의 한국영화들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시상식 또한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이어졌다. 이중 가장 접전을 벌였던 부문은 남우주연상과 신인남우상. 당시 시상식 직후 심사평을 소개한 기사에도 언급된 것처럼, 남우주연상 부문은 한석규와 정우성이 최종경합을 벌였다. 그리고 신인남우상은 장동건과 송강호가 접전을 벌였던 것. 장동건은 '패자부활전'으로 생애 첫 신인상을 노렸고, 송강호는 '넘버 3'로 화려한 연기 인생에 확실한 도장을 찍고자 했다.

당시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송강호는 이 영화에서 킬러 집단 불사파를 이끄는 깡패 조필 역을 맡아 열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배, 배, 배, 배반이야' 등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조필의 대사는 그해의 유행어가 됐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고심끝에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런 연기를 펼친' 장동건에게 트로피를 안겨줬다. 생애 첫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바랐던 송강호로선 아쉬운 결과였을 터. 그러나 그 뒤 송강호는 '괴물' '밀양' 등 무수히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충무로 최고 배우로 우뚝 섰고, 결국 '우아한 세계'로 청룡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설욕전을 단단히 펼쳤다.

그 이후 두 배우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도, 여전히 최고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만약 두 스타가 또 한 시상식에서 맞붙는다면 어떤 결론이 내려질까. 그 답은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