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D-14, 감독상 후보

올해 청룡영화상 후보군에 대한 영화계와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빡빡'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올스타전을 방불케한다. 올 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배우와 스태프가 촘촘하게 포진했다. 감독 부문이 특히 그렇다. 김용화(국가대표) 박찬욱(박쥐) 봉준호(마더) 윤제균(해운대) 장 진(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누가 받아도 무방한 최강의 리스트가 작성됐다. 심사위원들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초미의 관심사다.

문제작? 화제작?

'박쥐'의 박찬욱 감독과 '마더'의 봉준호 감독은 충격적인 영상과 메시지로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박찬욱 감독은 선과 악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린 '박쥐'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봉준호 감독 역시 모정(母情)의 한계는 어디인가를 통해 인간을 탐구한 '마더'로 국내외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윤제균 감독과 김용화 감독은 '해운대'와 '국가대표'로 올해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주역이 됐다. 눈물과 감동의 메가쓰나미를 일으킨 '해운대'는 1100만, 사연많은 젊은이들이 스키점프 대표로 거듭나는 '국가대표'는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발길을 한국영화로 돌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재미와 감동이 조화를 이룬 높은 완성도로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장 진 감독은 현재 절찬 상영 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로 또한번 재기발랄함을 과시했다. 장동건 이순재 고두심 등 세 명의 인간미 넘치는 대통령을 내세워 정치 소재 휴먼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이다.

대중성이냐 예술성이냐의 스펙트럼에서는 갈리기는 하지만 완성도에서는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들이다.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3번째 수상 vs 첫 도전

올해 후보 가운데 청룡과 이미 인연을 맺은 이는 박찬욱 감독뿐이다. 박 감독은 2000년 제21회 청룡상에서 '공동경비구역 JSA'로 첫 수상의 영광을 안은 뒤 2003년 '올드보이'로 두번째 트로피를 안았다.

반면 나머지 네 후보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청룡과의 인연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박 감독의 3번째 수상일까, 아니면 패기 넘치는 후배 감독의 첫 영광일까. 청룡의 여신은 과연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까.

▶감독상=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의 특징은 후보들의 작품이 최우수작품상에 자주 노미네이트된다는 점이다. 당연한 현상이다. 감독상 후보에 오르려면 작품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감독상 후보에 오른 다섯 감독의 작품이 나란히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 더욱 눈길을 끈다. 동반수상할 지가 또다른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역대로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이 함께 트로피를 안은 전례는 많다. 지난 1964년 2회 때 유현목 감독의 '잉여인간'이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을 함께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3회(김수용 감독, '저 하늘에도 슬픔이') 4회(이만희 감독 '시장')에 이어지더니 16회(박광수 감독,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8회(이창동감독, '초록물고기')를 거쳐 21회(박찬욱감독, '공동경비구역 JSA'), 23회(임권택 감독, '취화선') 25회(강우석 감독, '실미도') 등 무려 13차례나 된다.

올해도 과연 동반 수상의 역사가 쓰여질까. 감독에게는 최고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