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일망타진(一網打盡)

 

 

 

〈제10보〉(118~130)=세계바둑이 한국 대 중국의 양강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퍄오의 존재는 참으로 얄궂다. 퍄오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우리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 지난봄 비씨카드배 본선서 퍄오가 최명훈 이지현에 이어 이창호까지 줄줄이 탈락시키며 16강에 올랐을 때, 그 많던 지지자들은 다 어디 가고 퍄오는 타도의 대상이 되버렸다. '한 치 건너 두 치'란 속담이 '할아버지 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퍄오는 상상이나 할까.

백으로선 뭔가 시비를 걸어 크게 한 건 해야만 할 절박한 국면. 118도 그런 뜻이다. 참고도처럼 두면 패(覇)는 나지만, 그 정도로 쫓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덩어리가 커진 관계로 흑도 불가불 '일망타진'작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119, 121은 살기등등한 맹공. 저물어가던 지평선 우상 쪽 하늘이 타오르는 전화(戰火)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129까지 백 대마는 일단 갇힌 모습. 자체론 후수(後手) 한 집 정도가 고작이다. 내부에서 사는 수가 없으면 외부와 연결해야만 한다. "너희는 포위됐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는 확성기 소리를 뚫고 130이 화살처럼 포위군 막사(幕舍) 대들보에 날아와 박혔다. 121, 123의 흑 2점과 연관된 묘수! 이곳엔 과연 어떤 변화가 숨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