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아, 이순간!] 장진영 '소름'서 소름돋는 연기로 여우주연

[스포츠조선 T―뉴스 박현민 기자] 2001년 한국 영화는 굵직한 영화들이 즐비했다. 800만 관객동원 '친구', 전지현의 '엽기적인 그녀', 조폭 코미디의 붐을 일으킨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 이제는 품절녀가 되버린 여배우 이영애의 '선물', '봄날은간다', 정우성의 '무사'등. 그리고 그해 22회 청룡영화제에서 故장진영은 전도연, 이영애, 김희선, 이미연 등의 여배우들과 겨뤄 영화 '소름'으로 여우주연상을 당당히 거머줬다.

'소름'은 당시 서울에서조차 10여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하며 고작 전국 12만여 명의 관객과 만났던 흥행에는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당시 故장진영의 여우주연 수상은 이변이었다. (물론 지금은 최고의 명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당시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 김명민이 함께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도 '소름'이 주목 받는 데 어려움을 보탰다.

극중 故장진영이 맡은 선영은 남편의 모진 학대를 견뎌내는 아내이자 어린 아들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였고, 어떨 때는 남자에게 구속되길 원하는 여인이자 필요에 따라서는 남자를 이용하는 교활한 악녀를 연기했다. '소름'의 윤종찬 감독은 "장진영은 주위를 밝게 물들이는 환한 미소와 장난꾸러기 같은 소탈한 성격을 지녔다. 그런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독한 모습의 선영으로 돌변했다"라며 그를 극찬했다.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왔다 상을 받게된 故장진영은 한동안 말문을 못 열다가 "마음을 비웠는데, 수상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흐느꼈다. 당시 장진영은 고마움과 그간 설움에 복받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청룡 역사상 가장 긴 수상 소감으로 기록됐다.

< gat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