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黑 불계승

〈제13보〉(174~189)=흑이 막 ▲로 따내 패(覇)를 해소한 상황. '가', '나', '다'는 백돌이 있던 곳이다. 가만히 보면 패를 백이 이겨 이 세 곳에 백돌이 있다면 오히려 우변 흑 대마에 두 눈이 없는 모습. 우상 백 대마가 살아가는 자체 팻감 하나만 있었으면 흑도 더 이상 이 정도 크기의 팻감을 구할 수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팻감 하나로 승패가 결정됐다고 말한다면 억지겠지만, 아무튼 백으로선 아쉬움이 남는 장면.

패싸움 결과 백의 좌상 쪽 소득은 30집 정도, 흑은 그 이상이어서 차이가 좀 더 벌어졌다. 174도 허탈함에서 놓인 자포자기의 한 수. 당연히 175가 더 크다. 참고도 12까지가 쌍방 최선의 코스인데, 그랬더라도 반면(盤面) 10집 강하게 진 바둑이었으니 어차피 의미 없는 후회거리인 셈.

176은 역끝내기 9집 정도지만 180이 좀 더 컸다. 182는 이제 와선 정수로, '라'로 넘는 것보다 약간 이득. 물론 모두가 승부와는 무관한 '원님 행차 뒤 나팔'같은 넋두리들이다. 이 바둑은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허영호가 계속 두어가는 바람에 227수까지 지속됐으나 무의미한 수순이므로 189수에서 끊는다. 흑의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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