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 5명 캐릭터 비교

▶공감백배 연기의 비결

김명민은 '내사랑 내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서서히 운동신경이 마비되고 말라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3개월 동안 20㎏의 살인적인 감량을 실행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타협하지 않았다.

김윤석은 '거북이 달린다'에서 시골 형사를 연기했다. 그가 표현한 충청도식 사투리는 단순히 '~했어유'로 끝나지 않았다. 사투리를 몸으로 체화하기 위해 아예 5개월을 충청도 예산에 가서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쥐'에서 송강호는 아프리카 자원봉사를 떠났다 흡혈병에 걸린 사제를 연기했다. 피에 대한 굶주림을 표현하기 위해 10㎏을 감량했다. 강도 높은 베드신도, 파격적인 성기 노출도 마다치 않았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동건은 카리스마를 벗고 코믹을 입었다. 덕분에 부드러우면서도 고집쟁이인, 절제할 것 같으면서도 술에 취한, 완벽할 듯 허점을 보이는 인간적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국민 연설문 낭독을 위해 '100분토론'의 손석희 교수의 말투를 연습했다는 후문.

하정우는 '국가대표'에서 친모를 찾아 한국에 온 미국 입양아를 맡았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하는 만큼 재미교포에게 영어를 배웠다. 스키점프 선수들의 디테일을 높이기 위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실제 훈련을 3개월 동안 똑같이 받았다.

그들의 목소리와 억양엔 묘한 울림이 있다. 단 한 마디 대사로 관객들의 가슴에 큰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여기 제3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 다섯 명이 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연기 투혼(김명민), 충청도식 느림의 해학(김윤석), 흡혈귀가 된 사제의 존재론적 고민(송강호), 허허실실의 카리스마(장동건), '엄마찾아 삼만리'와 '쿨러닝'의 절묘한 조화(하정우). 이들 중 누구의 연기가 더 뛰어난지 평가하는 것은 청룡 심사 역사상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수입? 0원~억대 연봉누가 웃을까…

김명민 : 루게릭병 고시생 … 20kg 살인적 감량 김윤석 : 연봉 3900만원 시골 형사 사실적 연기 송강호 : 강도 높은 베드신-성기 노출까지 감행 장동건 : 카리스마 벗고 인간적인 대통령 그려 하정우 : 국가대표 선수들과 3개월 실제 훈련

▶로맨티스트 VS 현실주의자

패가 갈린다. 김명민과 김윤석이 현실주의적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송강호 장동건 하정우는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김윤석)은 무사안일과 태평성대, 용돈벌이에 집착하는 현실적인 인물. '내사랑 내곁에'의 백종우(김명민)도 죽음 앞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루게릭병 환자의 아픔을 전달한다.

반면, '박쥐'의 상현(송강호)은 생존과 쾌락의 무한 욕구를 인내해냈고,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차지욱(장동건)은 대미-대일 굴욕 외교에 종지부를 찍으며 '할말은 한다'는 정신을 구현했다. '국가대표'의 밥(하정우) 역시 열악하고 배고픈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삶에 그래도 희망과 꿈이 있음을 역설했다.

▶천차만별 영화 속 그들의 연봉

극중 캐릭터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내사랑 내곁에'의 백종우는 법대출신 고시생이다. 당연히 수입은 없다.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은 시골 형사다. 10년 차 경찰의 연봉은 3900만원 안팎.

'박쥐'에서 송강호가 맡은 신부는 애초에 연봉이란 게 없다. 다만 약간의 사목활동 보조비가 있을 뿐이다. 상현 정도의 나이면 한달에 70~80만원 정도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차지욱 대통령의 연봉은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연봉과 비교하면 쉽다. 2010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연봉은 1억6857만원.

반면 '국가대표'의 밥은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연간 훈련 지원비 39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