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도 '스파이더맨'도 더이상 부럽지 않다. 우리에겐 '홍길동의 후예'가 있다.
으레 히어로 영화라하면 화려한 CG와 거대한 스케일을 떠올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배트맨' '엑스맨' 등 '~맨 시리즈'에 익숙하기 때문. 당연히 주인공 히어로가 초인적인 능력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도 구한다. 물론 멋이야 있지만 미국의 일이라 그런지 그다지 현실적이진 않다.
그런데 '홍길동의 후예'는 어떤 히어로 영화보다 한국적이고 서민적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홍길동의 직계 자손인 홍무혁(이범수)은 낮엔 음악교사, 밤엔 홍길동의 이중생활을 한다. 홍길동 가문답게 아버지(박인환) 어머니(김자옥) 동생(장기범)까지 홍무혁의 도둑질에 조력자로 나선다. 박인환 김자옥 이범수 장기범의 가족 연기는 '홍길동 집안인지? 도둑놈 집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재미있고 아기자기하다. 독특한 가족애로 묶인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뻔뻔해 웃음이 절로 터진다.
또 영화는 홍길동의 멋진 축지법이나 분신술 대신 온 가족이 승합차에 끼어 타는 현실, 식탁에 둘러 앉아 밥 먹는 평범한 가정을 통해 설화와 역사에 등장하는 서민적인 한국형 영웅들의 맥을 그대로 잇는다. 특히 훔친 돈을 ARS로 기부하는 장면은 가족 신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주연인 이범수는 이제 '버럭범수'에서 '액션범수'로 불러야 할 듯하다.
그동안 이범수가 화보를 통해 선보였던 완벽한 근육질의 몸매가 절대 조명발, 사진발이 아니었음을 알렸다. 영화 속 클라이밍 장면에서 이범수의 등 근육에 빠져들지 않을 남자나 여자가 없을 것이다. 탄탄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빠른 액션 동작은 마치 영춘권과 태극권을 연상시킬 정도로 수준급이다. 송연화(이시영)를 구하기 위해 이범수가 거리와 집을 뛰어 넘어다니는 야마카시 액션과 여러 명과 대결하는 격투 장면을 선보일 땐 시원하고 통쾌하다. 이범수의 첫 번째 액션 연기 도전은 성공이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배우들인 김수로 성동일 이시영 조희봉이 가세해 시종일관 웃음보를 간지럽힌다.
악역인 김수로는 나쁜 부자 이정민 역을 맡아 코믹과 섬뜩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다중적 캐릭터를 잘 그려냈다. 히어로 영화에서 악역이 중요하듯 김수로 역시 자신만의 코믹하지만 지독한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성동일-조희봉 콤비는 영화 '원스 어폰어 타임'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며 더 깊어진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이정민과 홍길동을 모두 잡으려는 열혈검사 송재필 역의 성동일은 그동안 숨겨왔던 진지한 연기를 코미디 연기에 완벽히 녹여냈다. 성동일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홍무혁의 연인 송연화 역의 이시영은 엉뚱 발랄한 캐릭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키스하자며 달려드는 이시영을 밀쳐낼 남자 관객은 아마 없을 듯하다.
캐릭터와 이야기의 힘으로 한국형 영웅 영화를 완성한 '홍길동의 후예'는 할리우드 영웅물과 비교해 분명 CG와 스케일은 떨어진다. 하지만 코미디와 액션의 적절한 조화로 한국 관객에게 더 큰 웃음과 재미를 선사할 태세다. 미국의 영웅 영화들처럼 '홍길동의 후예'도 시리즈로 제작돼 2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11월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