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2009 한국 바둑리그] '바둑리그 패권' 안갯속으로…

사상 유례가 드문 접전이다. 영남일보와 한게임이 챔프 결정 1·2차전을 주고받으며 KB국민은행 2009 한국바둑리그 패권을 최종 3차전(12월 5~6일)으로 몰고 갔다. 영남일보는 1차전(19~20일)을 3대1로 승리했으나 한게임도 곧바로 이어 벌어진 2차전(21~22일)에서 똑같은 스코어로 반격하는 뚝심을 보였다.

1차전 최고스타는 노장 유창혁(43)이었다. 정규시즌에서 1승 3패에 그쳤던 유창혁은 결승 1차전 4국(장고바둑)에 출전, 상대팀 주장 이영구의 대마를 사냥하며 팀에게 값진 선제 1승을 안겨 주었다. 박영훈 김지석 등 팀의 쌍두마차가 초반 무난히 2승을 따낸 뒤 유창혁이 '용 눈동자'를 찍는 환상적인 흐름이었다.

2차전에선 홍성지 이영구가 씨를 뿌리고 막내 한웅규가 열매를 땄다. 19세의 자율지명선수 한웅규는 리그 두 번째 고령인 유창혁과의 장고 대국에서 흑으로 1집 반 승, 극적으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이틀 전 '구세(救世)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유창혁은 하루 만에 '몰락한 군주(君主)' 신세가 돼 버렸다.

최종 3차전도 전망이 쉽지 않다. 한게임은 고른 선수층을 자랑하지만 '투 톱'의 화력은 영남일보보다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남일보는 '원투 펀치'가 모두 승리하고 나머지 3명 중에서 1승을 추가하는 것이 '승리 공식'이다. 반대로 한게임은 박영훈 김지석 중 한명만 무너뜨리면 승리가 매우 유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승 1~2차전이 모두 그렇게 진행됐다.

한게임 차민수 감독은 "누가 이겨도 3대2"라면서도 조심스럽게 승리를 점치고 있다. 홍성지(포스트시즌 3승)는 물론 이영구 윤준상(이상 2승2패) 등 주전멤버인 소위 '87년생 트리오'의 대국 내용이 모두 뛰어나다는 것. 정면승부를 하되 장고바둑에 이영구와 한웅규 둘 중 누구를 기용할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영남일보가 1~2차전서 사용했던 오더(출전순번)를 또 한 번 고수할지도 주목된다. 최규병 감독은 "배짱이 좋은 김형우의 전진배치, 유창혁의 3연속 장고바둑 투입 등 여러 카드를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한게임은 무조건 2승은 보장됐다고 할 만큼 강팀이지만 결국은 우리가 3대2로 이겨 우승할 것"이라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

양팀 승리의 열쇠는 한게임 한웅규와 영남일보 강유택 등 '조커'들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둑리그 해설위원인 양재호 九단은 "이들이 포스트시즌에서 보였던 흐름이 계속되느냐, 바뀌느냐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웅규는 포스트시즌 4경기에 모두 출전, 3승을 따내며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반면 영남일보 2지명자인 강유택은 포스트시즌 2연패로 부진하다.

3차전서 영남일보가 이긴다면 3연패(連覇), 한게임이 승리한다면 정규리그 4위 팀의 우승이란 결말을 맞게 된다. 어느 쪽이건 모두 바둑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영남일보는 2006년 최하위(8위) 이후 2년 내리 우승했으며 한게임은 2004년 한 차례 바둑리그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올해 바둑리그 단체 우승상금은 2억원. 양 팀의 3차전 출전 오더는 30일 정오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