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잔혹한 복수… 컴퓨터그래픽의 표현력 마음껏 과시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윤리 문제를 생각해 볼 단계에 와 있다. 이제 기술이 달려서 표현 못 하는 장면이란 거의 없다. 무엇을 어디까지 표현할 것이냐의 문제다.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새 영화 '닌자 어쌔신'(26일 개봉)은 컴퓨터그래픽이 잔혹한 장면을 얼마나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를 과시하는 작품이다. 이런 영화를 즐기는 관객에겐 저 유명한 '킬빌'의 참수(斬首) 장면도 장난이며 애교다.

고아였던 라이조(정지훈)는 비밀 닌자집단 우두머리 오즈누(쇼 코스기) 손에 자라면서 무적의 인간 살인병기가 된다. 그는 그러나 배신자를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조직에 반발, 오즈누에게 상처를 입히고 달아난다. 오즈누는 닌자들을 총출동시켜 라이조의 뒤를 쫓는다.

영화 첫 장면부터 도륙이 시작된다. 상상할 수 있는 온갖 극악한 방법으로 자르고 찌른다(심지어 푸딩처럼 떠낸다). 영화에서 총은 기껏해야 '어디를 쏘느냐'의 문제이지만, 칼은 '어떻게 자르느냐'의 문제다. 그 잔악무도함에 정신이 다 얼얼해, 장면이 바뀌면 대사가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닌자들이 피를 보기 전에 불을 끄고 싸우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이 영화를 위해 만든 비의 근육과 험한 액션은 감탄스럽다. 그러나 스턴트맨 출신 배우인 양 연기보다 액션 비중이 너무 크다. 영화 속 대사처럼 "보이밴드 멤버처럼 생긴" 그는 살인기계로 보이지 않는다. 표정은 늘 굳어 있고 내레이션처럼 들리는 대사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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