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공항(空港) 풍경

〈제1보〉(1~12)=11월 9일 김포공항. 8, 4강전이 열릴 제주도를 향해 출발하는 날이다. 가장 먼저 박영훈이 눈에 들어온다. 도무지 걱정이라곤 없어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꾸벅한다. "준비 많이 했어?" "기보 몇 판 놓아 봤어요." "후야오위 별거 아니지?" 답변 대신 빙긋 웃는다. 그 천진스러움에 오금이 저릴 정도다. "근데 요새 무슨 일 있는 거야?(당시 그는 4연패 중이었다)", "그냥 뭐…. 컨디션 괜찮아요."

흑백은 상단자(같은 단일 경우 연장자)가 쥔 한 움큼 백돌의 홀짝 여부를 하단자가 맞히느냐의 여부로 결정한다. 홀짝을 맞히면 하단자가, 못 맞히면 상단자가 흑백 선택권을 갖는다. 후야오위가 귀신같이(?) 맞혀 흑 돌을 가져갔다. 중국 기사들의 홀짝 맞히는 솜씨는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라 있다.

5까지 미니 중국식으로 출발한다. 6, 8은 이른바 고바야시(小林光一)류. 계산에 강한 박영훈은 여간해선 서둘지 않는다. 6집 반의 덤이 꼭 흑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믿고 있는지 모른다. 11까지 천하를 양분(兩分)할 기세이더니 12로 뛰어들었다. 역시 참고도는 내키지 않았을까. 첫 몸싸움이 시작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