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사랑을 나누세요"

회사원 김모(30)씨는 최근 대한생명 유니버셜종신보험에 가입해 매달 1만5100원가량을 보험료로 낸다. 김씨가 사망할 경우에 받게 되는 사망보험금은 1000만원. 그러나 이 돈은 그의 가족이 아니라 공익단체에 기부돼 전 세계 불우 어린이를 위해 쓰이게 된다. 김씨는 보험료를 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기부보험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작은 금액을 적립해 나중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보험금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부보험'이 일반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기부보험이란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내다가 가입자가 세상을 뜨면 공익단체나 학교, 종교시설 등으로 넘어가는 보험상품이다. 연말연시에만 '반짝' 하는 이벤트성 기부가 아니라, 소액이라도 장기간 참여해 간다는 게 특징이다.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뿐 아니라 주부, 회사원 등 일반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큰 기쁨을

기부보험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1970년대부터 보편화된 기부 방식의 하나다. 커피값이나 담뱃값 같은 소소한 돈을 아껴서 사랑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엔 지난 2001년 처음 소개됐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ING생명,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주축이 되어 기부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기부보험은 상품이 따로 판매되는 건 아니고,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을 가입하면서 보험금 수익자를 공익단체나 학교, 병원 등으로 지정하는 형태다. 대한생명의 경우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에 가입하면서 기부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기부한도는 최저 5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기부가 가능한 곳은 사회복지시설, 학교법인, 종교단체, 장애인시설, 병원 등이다. 모교 등 학교단체를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어 후배들의 장학금이나 학교 발전기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동양생명이 이달 초 선보인 '수호천사 사랑나누기 보험'은 1년치 보험료로 1만원(가입연령 0~65세)을 내면 1년간 교통사고와 재해 관련 병원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상해보험이다. 고객이 낸 보험료 1만원 중에서 1004원이 별도로 적립돼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된다.

◆주의할 점은

처음 보험 가입시 기부보험을 들지 않은 소비자도 나중에 비교적 쉽게 동참할 수 있다. 보험사에 찾아가서 이미 설정해 놓은 보험금의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된다. 예를 들어 보험금의 50%는 가족들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나머지 50%는 사회단체에 지급하도록 수익자를 바꾸는 것이다. 이때 보험사에 따라 일부만 기부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하자. 또 처음 가입할 때 기부단체의 사업자등록증 사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엔 제휴를 맺고 있는 특정 자선단체에만 기부할 수 있게 돼 있다. 기부보험에 가입했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엔 중간에 수익자를 바꿀 수도 있다. 만약 가입자가 만기 전에 보험을 해약하게 되면 보험금 기부 약속도 모두 소멸된다. 개인이 기부보험에 가입한 경우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에 대해서는 연말정산 때 기부금 공제로 처리할 수 없다. 단 가입자 사망후 보험금을 단체에 기부하게 되면 그땐 기부금으로 처리된다. 기부보험이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일 경우엔 연 10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