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지갑] ③엄브렐러펀드

투자를 하다 보면 맑은 날만 있을 수는 없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해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급격한 하락장에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망연자실, 언제 본전을 찾을까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비가 올 때는 우산을 펼치라'는 것이다. 엄브렐러펀드를 두고 하는 얘기다.

엄브렐러펀드란 다양한 펀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서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보통 하나의 패키지 안에 주식형·혼합형·채권형펀드 등이 들어있기 때문에 가입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적합한 상품으로 옮겨다니면 된다. 즉, 처음에 주식형으로 가입했더라도 당분간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안정적인 채권형으로 갈아타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를 노리라는 것이다.

특히 엄브렐러펀드 중에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리버스(reverse)인덱스펀드를 편입한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엔 시장 타이밍을 잘 맞추면 장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양쪽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에서 출시된 엄브렐러펀드는 가장 전형적인 패턴이라 할 수 있는 주식(인덱스)형, 채권(혼합)형, 리버스인덱스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한국투자엄브렐러펀드는 국채선물지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국채선물인덱스펀드를 포함하고 있고, 하나UBS엄브렐러펀드는 채권형보다도 더 안정적인 성격을 갖는 머니마켓펀드(MMF)가 편입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를 위한 엄브렐러펀드도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강국코리아펀드'는 7개의 주식형펀드와 1개의 채권형펀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주식형펀드는 IT·소비재·금융·기초소재 등 6개 섹터에 각각 집중투자하는 펀드와 이 섹터들을 적절히 조합한 섹터시너지펀드로 세분화된다. 소위 주도주 역할을 할 업종만 잘 골라내면 일반 주식형펀드에 가입할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엄브렐러펀드는 투자자들에게 하락장을 방어할 무기를 하나 더 쥐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엄브렐러펀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시장 상황을 적절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럴 거면 직접 투자하지 뭐하러 펀드에 맡기느냐'는 회의론에 부딪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