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의 후예' 성동일 "내 애드리브 원천은 술자리"

새로운 작품 캐릭터 맡으면…

그와 비슷한 사람과 술마시며 몰래카메라 찍은후 연기 연습

"내 애드리브의 원천은 술자리다."

그의 말 한마디에 관객들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아무리 심각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도 그의 혼잣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독 관객들의 귀에 쏙쏙 박힌다. 딱히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크게 말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단지 중얼거릴 뿐이다.

'애드리브의 달인' 성동일. 대한민국에서 애드리브를 가장 잘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 없이 그를 지목할 것이다.

성동일은 맡은 역할을 100％ 충족시킨 후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낼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단지 영화 3편으로 충무로에 없어서는 안 될 대표 조연배우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미녀는 괴로워' '원스 어폰 어 타임' '국가대표' 등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 성공했다. 또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들을 했다.

성동일의 네 번째 영화인 '홍길동의 후예(감독 정용기)도 기대에 어긋남 없이 그의 활약에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진다. 영화 중간 중간에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자연스럽게 성동일표 애드리브가 녹아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신종플루 아니야?"란 그의 애드리브는 명대사로 꼽힐 정도로 강력함을 발휘한다.

"내 애드리브의 원천은 술 마시면서 만나는 주변 사람들이에요. 원체 술을 좋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때 언어나 행동이 독특한 사람들, 잊혀진 단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봐두죠."

술을 좋아해 '홍길동의 후예' 38회 촬영 기간 동안 딱 하루만 빼고 매번 술을 마셨다는 성동일. 자칫 오해하면 애주가 성동일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에게 술자리는 가장 중요한 연기 연습실이다.

"작품에서 캐릭터를 맡으면 전에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꼽아서 따로 만나 술을 마셔요. 그 때 몰래 비디오카메라를 놔두고 그 사람과 술을 마시죠. '홍길동의 후예'에선 검사 역인데 비슷한 모델이 있었어요." 그가 이렇게 만들어낸 검사는 우리가 기존에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던 검사와는 분명 달랐다. 밖에선 무서운 검사이지만 집에선 아내에 꽉 잡혀 사는 가장이고, 여동생을 사랑하는 약한 오빠이고, 로또를 사는 여느 직장인의 모습과 똑 같았다. 영화 속 캐릭터지만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인천이 고향인 성동일은 전국의 사투리가 자유자재로 가능한 배우다. '홍길동의 후예'에선 전라도 사투리,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선 충청도 사투리, '국가대표'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자연스레 소화했다. 모두 술자리와 비디오로 만들어낸 성동일의 무기이다.

모두 몰카로 촬영한 비디오에서 그 사람의 말투와 행동 등을 보면서 체득한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언제 어디서고 끄집어낼 수 있는 성동일표 사투리와 애드리브가 내공처럼 쌓였다. 집에는 이미 몰카 비디오가 한가득이다.

"전 연예인과는 술을 잘 안 먹어요. 오히려 스태프들과 마시죠. 집에 스태프들을 데려가서 같이 마실 때도 많아요. 아님 재래시장에 가서 동네 어르신들을 관찰하면서 함께 마시죠. 모든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연예인하고 마시면 재미가 없어요."

성동일의 애드리브가 '왜 관객에게 통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그는 항상 '현실의 삶' '서민의 인생'이 담겨있는 살아있는 생생한 언어로 자신만의 애드리브를 만들고 있었다.

"난 연기를 하면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막 웃다가 슬퍼지고, 슬퍼하다 웃는 게 현실이잖아요. 진짜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싶어요."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