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 change] "단골·세트메뉴 할인… 은행도 돼요"

패스트푸드점, 통신사, 호텔, 여행사, 심지어 자장면 집도 물건을 세트로 사면 값을 깎아 준다. 그런데 유독 은행은 상품을 많이 구매한 고객일지라도 할인 혜택을 주는 데에 참 인색하다.

SC제일은행이 지난 16일 새로 선보인 '드림팩'은 이런 고정 관념을 깨뜨린 상품이다. 소비자가 주택대출·월급통장·정기예금·정기적금·신용카드·신용대출 등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것들을 골라 여러 개 구매할수록 대출금리는 최대 0.3%포인트 내려가고, 예적금 금리는 최대 0.5%포인트까지 올라간다. 은행에서 쇼핑하면서 바구니에 상품을 가득 담을수록 가격이 싸지는 것이다. 가격 파괴형 세트 금융상품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4000명 이상 가입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은행은 고객이 절약한 금액을 12분의 1로 나눠 통장 계좌에 매달 현금으로 쏴준다.

이 같은 '꾸러미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은 최동준(39) SC제일은행 소매금융전략부 상무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지난 1996~2008년까지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은행에 합류했다.

"서양 사람들은 이해 득실을 냉철히 따져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은행을 갈아탑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높고 정(情)에 약해서 어지간하면 거래 은행을 바꾸지 않아요. 후발주자가 단골 고객 수를 늘리려면 아주 독창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지요."

최 상무는 한국식 '단골' 개념을 금융상품에 도입했다. 소비자들이 은행 한 곳에 거래를 몰아주어 단골이 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은행에서 주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한 고객이 여러 거래를 몰아 주면 관리비용이 줄어들고 추가 영업은 쉬워지기 때문에 추가 이득이 발생합니다. 은행이 얻는 추가수익 중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보답하자고 생각했어요."

최 상무는 먼저 고객 한 명이 은행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나올 수 있는 수익을 계량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기적금 10만원짜리 수익은 얼마, 1억원짜리 주택대출 수익은 얼마'라는 식의 정교한 셈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여기에다 이미 여러 업종에서 일반화돼 있는 '세트 구매시 할인' 방식을 적용했다.

"매달 100만원씩 카드를 쓰는 고객과 500만원 이상 카드를 쓰는 고객이 있어요. 두 고객이 주택 대출을 받을 때 똑같은 금리우대 혜택을 받는다면 500만원 이상 카드를 쓰는 고객 입장에선 아무래도 억울하겠죠."

최 상무가 만든 드림팩 상품은 은행에 수익을 안겨 주는 고객에겐 그만큼 더 많은 혜택을 돌려준다. 월별 카드 사용액에 관계 없이 무조건 카드만 한 장 만들면 주택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과거 영업 방식과 다르다.

최 상무는 일간지에 내는 은행 광고에도 파격을 담아냈다. "은행들은 보통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광고에 주력합니다. 우리처럼 노골적으로 금리나 서비스를 적는 광고는 기피하죠." 지금까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상품이란 자신감이 있었기에 '광고 파괴'도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무리 마진이 박한 상품이라도 어떻게든 쥐어짜서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그런 '착한 상품'을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