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두 번의 끼움

〈제3보〉(32~44)=언제 봐도 아름다운 섬 제주도. 대국 전날 비 뿌리는 성산포 내 관광시설 섭지코지를 박영훈은 최철한과 함께 고삐 풀린 송아지(둘은 '송아지 3총사' 멤버들이다)처럼 누볐다.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든 채 웃으며 쏘다니던 천진무구한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 광경만 보고 '반상(盤上)의 도살자'란 그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32는 박영훈다운 차분한 지킴. 장거리 경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33으로 44의 침투는 참고1도 2가 있어 안 된다. 후야오위는 19분의 숙고 끝에 33, 35를 단행했다. 미리 연구한 비장의 카드로 보인다. 여기서 참고2도 백 1은 9 이후 흑이 실전보 '가'에 뛰어 백이 망한 모습. A의 침투 수단도 사라졌다.

16분 만에 36으로 끼운 수가 멋지다. 이때 흑이 38쪽에서 단수치면 참고3도인데, B와 C를 맞봐 흑이 한 게 없다. 39까지는 서로 기세. 43까지 흑이 최대한 버텨올 때 백 44가 놓였다. 36에 이은 두번 째 끼움. 그리고 이 수가 또한 임기의 맥점이었다. 흑이 하염없이 장고에 빠져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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