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스타] 심은하, 은퇴 전 붉은 꽃봉오리 활짝

[스포츠조선 T―뉴스 이다정 기자] 1990년대 가장 주목받았던 배우를 꼽자면 심은하가 빠질 수 없다. 이제는 은막에서 사라진 배우 심은하는 1993년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으로 데뷔, 1994년 '마지막 승부'와 'M'으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심은하의 본격적인 필모그라피는 1995년 '아찌아빠'와 1996년 '본 투 킬'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심은하가 배우로 입지를 굳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8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심은하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정원(한석규)을 사랑하는 다림 역을 맡아 생기넘치면서도 순수한 20대 초반의 여성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 때부터 심은하와 청룡영화상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심은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로 1998년 제1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수상 당시의 심은하는 영화 속 발랄한 다림과는 달리 수수한 블랙 드레스로 여성미를 뽐냈다.

다음 해인 1999년 제20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과 '텔 미 썸딩' 등을 통해 한석규 전도연 정우성과 함께 인기상을 수상했다. 심은하는 짙붉은 드레스에 청초한 단발머리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배우로서의 꽃봉오리가 활짝 피던 순간이었다.

심은하는 2000년 영화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2001년 11월 연예계 은퇴 선언을 했다.

하지만 심은하와 청룡의 인연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2001년 12월 12일 제2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불참한 심은하 대신 심은하의 팬들이 참석해 자리를 채운 것. 팬들은 심은하의 얼굴이 가득 담긴 플랜카드와 현수막을 통해 '심은하 당신의 어떤 모습도 사랑합니다' '배우 심은하 당신의 자리입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만인이 기대했던 심은하의 연예계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청룡에서의 심은하를 기억 속에 묻고 있다. 붉은 드레스의 고혹적인 자태와, 그의 현수막을 손에 들고 이름을 애타게 부르던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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