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으로 관객찾은 차승원 "나이 드니 코미디가 버거워"

"나이가 드니 코미디가 좀 버겁습니다." 올해 서른아홉, 한 달 후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는 그는 외모만 보자면 실제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탄탄한 근육질 몸매, 게다가 행복한 가정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다. '대한민국 최고 위너'란 수식어 외에 다른 게 필요 없는 스타 차승원. 그가 다시 한번 스릴러 영화 '시크릿'(감독 윤재구)으로 관객을 찾았다.

부인 구하는 형사역 맡아 차갑고 복합적인 감정 연기

여성들의 판타지 이해…운동 싫지만 기본적인 예의죠

차승원은 한때 대한민국 코미디 영화의 대부로 군림했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박수칠 때 떠나라' '이장과 군수' 등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영화,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영화엔 차승원이 빠지지 않았다. 잘생긴 사람이 이렇게 웃기고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친근하게 다가온 차승원표 코미디는 언제나 관객에게 환영받았다. 그런데 근래 그의 영화 행보가 전과는 다르다.

'시크릿'에서 차승원은 부인(송윤아)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는 김성열 형사 역을 맡아 차갑고 뜨거운 연기를 모두 선보였다. 코미디는 한 순간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냉정했던 경찰이 사건이 조여 오자 점차 패닉에 빠져가는 감정 연기와 사건 해결 과정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잘 표현했다. 또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 아이에 대한 죄책감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깊은 눈빛에 드러난다.

"예전엔 여성들의 판타지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오히려 닭살이 돋을 정도로 낯간지러웠죠. 요즘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드라마 '시티홀'(SBS) 때 많이 느꼈는데, 여성 관객이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크릿'도 아내를 끝까지 지켜주는 모습, 요즘 그런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영화적인 표현이지만 헌신하는 남자의 모습이 여성 관객들에게 통할 걸로 보입니다."

과거 너무나 리얼한 표정 연기로 코미디 영화를 정복했던 차승원. 이젠 현실을 넘어 다소 힘이 들어가고 멋도 들어간 영화적 판타지를 즐기고 있었다.

"앞으로는 '시크릿' 같은 영화적인 영화들을 하고 싶어요. 요즘 '왜 코미디 안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엔 '코미디 그만해라'란 말을 더 많이 들었거든요. 좀 있으면 40인데 나이가 드니까 코미디가 좀 버겁습니다.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지만 더 이상 할 게 없어요. 그렇다고 무거운 장르에서 무거운 연기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시크릿'에 이어 계속 나올 작품들을 봐도 그의 결심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막바지 촬영 중인 사극 액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감독 이준익)에 이어 곧바로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포화 속으로'(감독 이재한) 촬영에 돌입한다. 전작 '아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까지 돌이켜보면 아쉽게도 차승원 코미디 영화는 '이장과 군수'가 마지막일 듯하다.

불혹의 나이인 차승원은 팬에 대한 자세에도 의혹이 없다. 언제나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며 나이를 잊게 하는 탄탄한 복근과 근육으로 여성팬을 설레게 한다.

"원래 운동을 싫어해요. 그래도 배우들은 운동을 해야 합니다. 좋은 몸을 만드는 것도 있겠지만, 나를 긴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죠. 이거마저 안하면 넋 놓고 있는 거 같아서 긴장감을 주기 위해 운동을 해요. 예쁘고 잘생긴 문제를 떠나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인에겐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차승원 혼자만의 또는 팬들과의 약속인지 확인할 순 없지만, 그의 연기에 대한 자세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40대가 넘어서 진중하고 무거운 영화를 찍겠다는 게 모두 나의 약속입니다. 가족과 팬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과정이 지금인 거 같아요."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