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최지우, "깍쟁이 첫인상에 배역...알고보면 웃긴데"

"너, 니가 언제까지 히메(공주)야?"(윤여정) "그러게요 선배님, 그렇게 돼버렸네요. 제가 이 영화를 한다고 하니까 왜 다들 의아해 하시는지 모르겠어요."(최지우) "그게 너에 대한 선입견이었던 것 같구나."(윤여정) 최지우는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김민희 김옥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여배우들'이라는 영화를 찍었다. 최지우가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였을 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여배우들'은 여배우의 아름답고 화려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영화가 아니다. 무대나 카메라 뒤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빈틈, 질투, 망가지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야 하는 영화다.

고현정 선배와 말다툼 정말 화나기도

안가리는데 작품이 너무 안들어와요

　▶베일벗은 지우히메

최지우는 한국 여배우로는 흔치 않은 한류 스타다. 배용준과 함께 한 '겨울연가'(2002), 권상우와 찍은 '천국의 계단'(2003)은 최지우를 '여신급' 배우로 격상시켰다. 인기의 오름세와 함께 그녀에겐 몇몇 이미지들이 고정화됐다. 도도하고 얌체같고 취향이 까다로울 것 같다는 느낌.

"사람들이 저에 대해 깍쟁이일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마 내 첫인상을 보고 이재용 감독님이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모양이다. 얌체같고 혼자만 특별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캐릭터로 잡혔는데. 내가 그렇게 얌체인가? 날 아는 사람들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다고 하던데." 최지우는 영화 촬영이 시작될 때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렇게 얇은 건 처음 봤다. 장면에 대한 설명만 있고 대사가 거의 없었다. 촬영 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는데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웠다."

　▶여주인공 아니면 어때

'여배우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패션지 화보 촬영을 위해 여배우 여섯명이 스튜디오에 모인다는 설정이다.

현재 정상에 있거나, 한때 정상에 섰거나,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여배우들에게 자존심은 생명이다. "여지껏 드라마든 뭐든 거의 여자 주인공 역할이었다. 항상 내가 가장 돋보였다. 이번엔 누가 더 비중이 많냐 적냐를 버렸다. 선후배들과 중간에서 융화되는 모습이 나에겐 가장 의미 있었다. 마음을 비웠다." 최지우는 배우로서 이번 영화가 일종의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영화 출연을 많이 말렸다. 하지만 난 스스로 뭔가를 깨고 싶었다. 배우로서 움츠러드는 것보다 옆에 도와주는 선배들이 계실 때 도전해보고 싶었다. 물론 촬영 하는 중엔 후회도 있었다. 고현정 선배랑 부딪히면서 '나는 이런 영화 안 어울리나 보다. 내가 도대체 왜 했지' 싶었다."

　▶고현정에게 불려나간 사연

촬영 도중이었다. 갑자기 고현정이 최지우를 불러냈다. "계단 밑으로 내려가더니 현정 언니가 그랬어요. '괜찮다. 지우가 세게 나와주면 나는 더 센 걸 칠테니까 편하게 해라'라고. 하다보니까 언니가 나한테 맞춰주면서 정말 화가 나는 대사를 하더라. 내 얼굴이 빨개지고 '이런 대사를 해도 될까' 망설여졌다."

최지우에게 고현정은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다. "친해지기 힘들 것 같았다. 나랑 나이 차가 많은 건 아니지만, 뭔가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고등학생 때 선배님의 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니까. 근데 막상 보니까 좋더라. 털털하고. 지금은 친해졌다고 말해도 될까? 살짝 헷갈린다."

여자 나이 서른넷. 최지우는 나이가 들수록 "연륜이 생기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작품이 너무 안들어온다"고 불평했다. "저는 어떤 것도 할 용기가 있는데 '최지우는 이런 건 안하겠지?' 이런 오해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