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바빠진 백(白)

〈제4보〉(45~54)=자국 내 랭킹은 박영훈이 4위, 후야오위는 5위. 둘 모두 아직 최정상은 아니지만 정상을 지척에 둔 최고 레벨의 강자다. 양국 국가대표 팀의 중요한 허리에 해당하는 셈. 기풍 면에서도 두터움을 바탕으로 중반부터 끈덕진 힘을 발휘하는 수리형(數理型)이란 점이 닮았다. 이 바둑 전까지 둘은 총 세 번 칼을 섞어 후야오가 2승1패로 한발 앞서 있다.

45는 무려 31분을 숙고한 이 바둑 최장고수. 참고1도 1로 오른쪽에서 단수치면 백 2를 유발, A와 B를 맞봐 흑이 망해버린다. 46 때 47도 정수다. 참고2도 1로 잇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2 이하의 수순으로 귀가 거덜나는 것. 결국 48 이하 51까지 일단락됐는데, 당연해 보이는 이 수순에도 박영훈의 국후 후회가 있었다.

"50으로는 참고3도 1로 두고 2 때 3으로 밀어가야 했다." 백 1이 놓이면 흑A는 백B로 씌워 성립치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3도와 51이 놓인 실전과는 과연 비교가 안 된다. 52로 53을 강요, 일단 맛을 남겨둔 데까지가 오전 대국. 오후 재개된 후에도 18분이나 뜸들이더니 54 침입을 강행한다. 3도를 놓친 아쉬움이 박영훈을 격발(激發)하고 있다.